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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퍼맨 - 속삭이는 살인자
알렉스 노스 지음, 김지선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1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심장 쫄깃해지는 소설을 읽었다. 특히 소설의 중반부까지 각 등장인물의 생각과 사연을 중심으로 클라이막스까지 올려놓는 작가의 재주가 아주 비범하다. 영화 속에서 공포가 최고조에 달할 때 들려올 법한 음악이 문장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청각적이다. 이야기의 서사는 전형적인 스릴러물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 마을에서 20년전에 일어난 어린 소년들을 상대로 했던 연쇄살인마 사건, 5명의 아이들이 희생되었는데 그 중 한명의 유해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발견되지 않았다. 범인은 잡혔고 현재 복역중이지만 범인을 잡은 형사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유해를 지금도 찾아다니며 과거에 사로잡혀 있다. 아이들은 납치되기 전 누군가 속삭이는 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고 해서 범인은 위스퍼맨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현재, 그 마을에서 위스퍼맨 사건을 모방한 범죄가 일어난다. 그리고 한 남자가 아내와 사별하고 어린 아들과 함께 그 마을로 이사를 온다. 남자와 아이는 그다지 친하게 지내는 편이 아니고 터놓고 이야기하거나 의지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아이는 자꾸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절대 알 리 없는 존재를 그림으로 그린다. 그리고 아이가 납치된다. 원조 위스퍼맨과 모방범과는 뭔가 관계가 있어보이지만 실마리가 쉽사리 잡히진 않는다.
소설을 읽다보면 그동안 보았던 범죄 스릴러 영화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만큼 독창적인 서사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장의 흡입력 덕분에 몰입도가 좋은 편이다. 루소 형제(조 루소, 안소니 루소)가 영화화하기로 했다는 말도 있는데 제대로만 된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중반부까지 심장 쫄깃하게 잘 올라간 클라이맥스가 후반부로 이어지면서는 조금 맥이 빠지는 느낌이 들긴 한데 아마도 범죄에 방점이 찍히기 보다는 서로 서로의 관계에 중점을 둔 이유인 것 같다. 각기 다른 네 종류의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이야기의 주도권을 쥐고 끌어나간다. 이 부분을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아마도 영화의 흥행이 결정될 듯. 물론 음악이나 음향은 무조건 중요하다.
아..여기서는 조연 정도의 역할인 어맨다 벡 경위가 나오는데 이분이 주연이 되는 후속작인 <THE SHADOW>도 출간되었다고 하니 번역이 얼른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것까지 읽게 되면 어느 정도 작가의 신간 알림을 신청해도 될런지 감이 올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