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 노르망디에서 데이비드 호크니로부터
데이비드 호크니.마틴 게이퍼드 지음, 주은정 옮김 / 시공아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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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만났던 미행의 <데이비드 호크니의 인생>에 이어 올해도 호크니를 만났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인생>이 다른 사람의 눈과 마음을 빌어 보여준 것이었다면 이번 시공아트의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는 호크니와 미술비평가인 마틴 게이퍼드의 대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시기적으로는 코로나가 세상의 모습을 바꾸어 놓은 이후의 상황이라 호크니의 근황이라고 해도 좋겠다.


   책의 표지의 디자인과 색감이 호크니스럽다. 호크니의 아이패드 그림을 이용한 것이다. 톤 다운된 하늘색은 미세먼지가 찌든 한국에서는 진짜 보기 힘든 하늘의 색을 닮았고 지금 보니 호크니 할아버지의 가디건 색상과도 똑같네 ㅎㅎ 보통 리뷰 쓸 때 책의 외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편이나 이 책에 대해서는 하고 싶다. 아주 고퀄이라 그냥 넘어가면 서운할 것 같아서다. 일단 양장본이고 책장 하나하나의 두께가 엄청나다. 그래서 전체 분량이 300페이지 정도 임에도 400페이지는 되어 보인다. 종이 색상이 뭐라고 해야 하나 예전에 미색(?)이라고 불렀던 그런 색상이라 압도적인 눈의 편안함을 보장하고 무엇보다 책에 실린 호크니 그림의 색상을 돋보이게 해준다.


   삶의 한 장면 한 장면에 진심이었던 호크니는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었다. 봄의 풍경을 찾아 2020년 3월에 노르망디로 이주한 호크니는 이어 닥친 코로나와 함께 노르망디 집의 정원이 보여주는 봄의 풍경에 갇혔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가 가져온 봉쇄를 힘들어 했다면 호크니는 정반대였다. 늘 많은 이들의 방문과 각종 이벤트들은 호크니를 지치게 했는데 이런 의도하지 않은 차단은 그가 좀 더 풍경과 색채와 그림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다. 호크니는 이제 캔버스 뿐만 아니라 아이패드를 이용한 그림도 그린다. 나는 여전히 디지털 화소 속에 갇힌 그림이 어색하지만 아마도 크게 출력해서 전시된 그림들을 눈 앞에서 직접 본다면 감탄할 것임을 알고 있다. 세계를 새롭게 보고 싶다면 호크니의 눈을 빌려오면 된다.


   미술 비평가인 마틴 게이퍼드와 호크니의 대화는 호크니의 개인적인 삶보다는 작품활동에 초점이 맞추어 있다. 특히 노르망디로 이주한 이후의 최근 작품들에 대한 호크니의 영감이나 사그러들지 않은 삶과 예술에 대한 열정이 대화 하나하나에 녹아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사물이나 풍경을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예술가는 정원의 풍경도 일반인과는 다르게 보고 다르게 느낀다. 일반인이 봤을 때 잘 손질되지 않은 정원처럼 보이는 풍경이 예술가에게는 흥미로운 그림이 탄생할 수 있는 모습인 것이다. 예술가에게는 완벽한 나무가 필요없다. 화가의 시선을 방해하는 요소는 편집되어야 한다. 호크니는 그 점을 설명하면서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정원을 언급했는데, 내가 실제 모네의 정원에서 느꼈던 어수선함이 그런 이유였다니!


   호크니의 열정을 온 몸으로 받고 있자니 드가가 그의 나이 70세 때 했다는 말이 생각났다(호크니는 이미 80세가 넘었다). 이 글을 처음 봤을 땐 나이 70에도 자기가 언젠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할 수 있나..라고 회의적이었지만 호크니의 중단없는 삶의 마라톤을 보니 비로소 조금은 드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이지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자기가 하는 것에 대해서가 아니라 언젠가 해야 할 것에 대해 높은 생각을 가져야 한다. - 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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