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소장품 - 슈테판 츠바이크의 대표 소설집 츠바이크 선집 2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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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테판 츠바이크의 <체스 이야기>를 읽고 그 흡입력에 홀딱 빠졌었는데 이번에 츠바이크의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뒤의 역자 설명을 보니 잘츠부르크의 '슈테판 츠바이크 센터'에서 그의 대표작인 <광기와 우연의 역사>(이 작품은 역사책이다)를 포함해 작가의 중,단편들을 연대기 순으로 정리해 총3권으로 출간하는 '잘츠부르크 완역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화북스에서 완결판에 근거한 새 번역으로 작품집을 출간할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된다.


   소설집에는 총 5편의 중,단편이 실려있는데 그 중 <모르는 여인의 편지>는 다른 출판사의 번역판으로 읽은 적이 있고 나머지는 작품들은 처음이다. 이번 소설들에도 <체스 이야기>에서 받았던 독자를 마구 밀어붙이는 감정적 열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독자의 정신을 쉴 틈도 안주고 압박한다고 해야하나, 암튼 빨려들어갈 듯 책장을 넘기게 된다. 사실 줄거리를 요약해 놓으면 서사가 엄청난 규모라거나 놀라운 상상력의 산물이라거나 하는 건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등장인물들이 겪는 광기나 불안을 이리도 잘 묘사할 수가 있을까라는 경외심마저 든다.


   특히 맨 첫 작품인 <아찔한 비밀>은 소년이 어른들의 '비밀'의 정체를 알기 위해, 어른들의 이해할 수 없는 세계와 충돌하면서 폭발적으로 질주하는 모습이 정말 대단했다. 특히 어른들만의 비밀 그러니까 사실은 '성'인데, 그걸 직접적으로 한번도 언급하지 않으면서 소년으로 하여금 그 비밀을 알 듯 말 듯, 잡을 듯 말 듯하게 만들면서 겪는 그 내면의 불안한 심리를 어찌나 잘 그려냈는지 (내가 소년한테 그 비밀이 뭔지 말해주고 싶을 정도였음) 감탄감탄. <어느 여인의 24시간> 역시 현재의 이야기와 액자 속 이야기를 서로 엮어내는 방식이 진짜 어메이징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겠다. 작품들을 다 읽고 나면 왠지 나의 속마음과 감정이 죄다 탈탈 털린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말미에 역자의 작품 해설이 있긴 하지만 굳이 분석없이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이런 걸 타고난 이야기꾼이라 해야하나 작가가 이 시대 사람이었다면 어떤 이야기가 탄생했을지 매우 궁금해진다. 츠바이크의 다른 작품들도 어서 출간되길 기다리는 독자 한 사람 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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