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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의 기억 (Leaves)
스티븐 헉튼 지음, 김지유 옮김 / 언제나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살면서 좋은 기억만 가지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아님 나쁜 기억만 있는 사람이 있을까.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부분은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을 모두 지니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기억은 퍽이나 주관적이기 때문에 같은 일이라도 어떤 이에게는 좋게 기억되고 어떤 이에게는 나쁘게 기억될 수도 있으며 같은 일을 두고도 서로 다른 기억을 갖게 되기도 한다. 심지어 인간의 뇌는 망각의 능력도 있어서 중요하지 않은 일을 마음 속에서 지워버리기도 하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을 봉인하기도 한다.
이 동화는 그 중에서도 '소중한 기억'에 관한 이야기이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찰나의 기억 한 조각이 삶을 지탱해주는 생명의 동아줄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를 지켜주는 보호막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큰 나무가 작은 나무에게 소중한 기억을 지켜내는 법을 조근조근 알려준다.
이것은 내가 살아온 삶의 기억들이란다
나무에게 있어 나뭇잎 하나하나는 살아온 삶의 기억이다. 나뭇잎이 떨어지듯 삶의 조각 하나하나는 잊혀지지만 나뭇잎 하나하나에 새겨진 삶의 이야기들은 어딘가에 남는다. 큰 나무는 작은 나무에게 삶의 순리를 알려준다. '흘러가는 계절을 멈출 수 없'는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떨어진 그 잎들이 누군가에게 소중한 기억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 누군가에게 마지막 잎새가 된다면, 누군가에게 소중한 기억이 된다면 '그래, 잘 살았구나'라며 먼 길을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삶의 모습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럴리야 없겠지만 그래도 아주 약간은 아름다운 그림을 보면서 아름다운 생각을 잠깐 했던 시간이었다. 내 생의 마지막에 이 그림책을 아주 잠깐이라도 떠올리게 될까? 그랬으면 좋겠다.
* 색감이 아주 다채롭다.
* 큰 나무가 작은 나무의 손을 잡고 여기저기 다니는 모습이 왜 일케 찡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