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 생의 마지막 도전 - 황혼이 깃든 예술가의 성 베드로 대성당 건축 분투기
윌리엄 E. 월리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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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하면 생각나는 대표작의 대부분은 조각 아니면 회화이다. 24세의 젊은 나이에 완성한 '피에타'는 이 세상의 어떤 피에타보다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며 '다비드'나 '모세' 역시 그에게 명성을 안겨준 대작이다. 그리고 두말하면 잔소리가 되는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와 '최후의 심판'은 수많은 사람들이 로마를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위에 언급된 작품들은 율리우스 2세의 영묘를 위한 조각인 '모세'를 제외하고선 모두 미켈란젤로의 청,장년 시절의 작품들이다. 미켈란젤로가 88세까지 그 당시에 드물게 장수한 예술가임을 고려했을 때 그의 노년 시기가 어땠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세월 앞에 장사없다지만 미켈란젤로에게만큼은 유난히 더디었던 듯 하다. 그가 교황청의 수석 건축가로 있었던 시간은 교황 다섯 명을 모실 정도로 기나긴 세월이었고 미켈란젤로는 그들로부터 엄청난 양의 작업을 명받아야 했다. 이 책은 미켈란젤로가 명받은 여러 작업 중에서도 건축, 특히 미켈란젤로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채 붙들고 있었던 '성 베드로 성당'과의 애증에 관한 서술이다. 성 베드로 성당은 브라만테의 최초 설계부터 완공까지 총 150여년이 걸린 어마어마한 작업이었는데, 그 장구한 역사 속에서 미켈란젤로가 개입한 시간은 약 17년이었으니 시간적 비중으로 보자면 12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오늘날 성 베드로 성당의 건축가를 미켈란젤로로 기억한다는 것 자체가 그가 얼마나 위대한 사람인지 짐작케 한다.


미켈란젤로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그저 까다롭고 자부심 강한 예술가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시를 쓰는 감수성을 지녔을 뿐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을 잘 챙기는 츤데레 스타일이었으며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완벽한 책임감은 그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했던 실수에 대한 실망감, 고령으로 인해 자신이 성 베드로 성당의 공사를 마무리 할 수 없음에 대한 좌절감, 그리고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 같은, 위대한 예술가를 끈질기게 괴롭혔던 개인적인 감정들이 얼마나 감당하기 힘들었을지는 나같은 범인이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켈란젤로가 주고받은 편지를 비롯해 이 위대한 예술가에 대한 문헌이 꽤 풍부한 덕분에 이런 좋은 책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역시 기록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다. 바사리와 미켈란젤로 사이의 편지도 제법 있어 바사리의 <르네상스 미술가 평전>을 읽게 되면 반가울 것 같다.


*바사리의 <르네상스 미술가 평전> - 설마 내년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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