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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런던 - <채링 크로스 84번지> 헬레인 한프의 런던 여행
헬레인 한프 지음, 심혜경 옮김 / 에이치비프레스 / 2021년 10월
평점 :
절판
<채링크로스 84번가>를 좋아했던 독자라면 드디어 헬레인 한프가 런던에 간 여행 일기가 번역되었다는 사실에 당장 서점으로 뛰어갔을 것이다. 나는 뛰어가진 않고 당일 배송으로 편안히 앉아서 주문. 미국에 사는 가난한 작가 헬레인 한프가 런던의 중고서점 마크스에 책을 구하는 편지를 보낸 이후로 20년간 계속된 프랭크와 서점 직원들과의 우정이 담긴 서신을 엮은 책이 <채링크로스 84번가>이다. 프랭크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런던에 갈 기회를 잡지 못한 헬레인의 사연에 마음이 찡했는데 <채링크로스 84번가>가 영국과 미국 독자들의 마음을 울리면서 영국 출판 기념 홍보차 헬레인은 1971년 6월 17일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하게 된다.
<마침내 런던>은 그렇게 런던으로 가게 된 헬레인 한프가 일기 형식으로 작성한 런던 여행 일지이다. 원제는 '블룸즈버리가의 공작부인'인데, 그녀가 묵었던 호텔이 있던 거리가 블룸즈버리이고 그녀가 런던에 있는 동안 사람들에게 넘치는 환대를 받아 자신이 마치 공작부인이 된 것 같다는 의미의 제목이다.
혹 채링크로스가 84번지를 지나가게 되거든, 내 대신 입맞춤을 보내주시겠어요? 제가 정말 큰 신세를 졌답니다.
<채링크로스 84번가> 중,
런던에 가는 친구에게 저렇게 부탁했던 헬레인이 드디어 직접 채링크로스 84번가를 가게 된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마크스 서점은 이미 문을 닫은 상태. 그렇지만 영국문학에 대한 사랑과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나눈 20년의 우정은 좋지 않은 건강에도 불구하고 런던행 비행기를 타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헬레인 한프의 글은 이처럼 감동이 철철 넘칠 것 같은 사연에도 불구하고 전혀 신파적이지 않고 오히려 시니컬한 유머가 많다. 물론 좀처럼 외국인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영어권 문화의 유머도 포함해서 ㅎㅎ 런던 여행 일지라고는 했지만 런던 여행 자체보다는 그녀와 그녀의 이야기를 사랑한 독자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도 될 정도로 그녀에게 런던을 보여주고 싶고 대접해 주고 싶은 마음 따뜻한 사람들과 그 마음을 기꺼이 받아 챙기는(?) 현실적이고 까다로운 여행자 헬레인 한프의 모습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한가지 아쉬운 건, 프랭크 도일의 아내와 딸을 제외하고는 그녀가 편지를 주고 받던 20년간 서점에 근무했던 직원들 중 어느 누구와도 만났다는 기록이 없다. 서점이 문을 닫은 후 그들과 연락이 되지 않았을 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헬레인을 만날만한 사정이 되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전기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을까. 누가 그녀의 전기 좀 번역 출간해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