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 피리 - 동화 속 범죄사건 추리 파일
찬호께이 지음, 문현선 옮김 / 검은숲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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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67>로 작가의 팬이 된 이후 새로운 작품이 번역되어 나오면 무조건 사고 본다. 이번 책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화들인 <잭과 콩나무> <푸른 수염> 그리고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를 모티브로 하여 추리소설로 재창작된 세 편의 작품 '잭과 콩나무 살인사건', '푸른 수염의 밀실', '하멜른의 마술 피리 아동 유괴사건'이 들어있다. 이 세 편의 작품은 한 시기에 쓰인 것은 아니지만 (첫번째 작품인 '잭과 콩나무 살인사건'과 마지막 작품인 '하멜른의 마술 피리 아동 유괴사건'은 10년 넘는 세월의 간극이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호프만 법학 박사와 그의 하인 한스가 등장하는 시리즈로 작가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기존의 동화를 각색을 하는데 있어 시대적 공간적 배경에 대한 조사는 물론이고 작품에 소품처럼 등장하는 아무리 사소한 내용이라도 (즉 작품의 줄거리나 진행에 전혀 방해되지 않을 것 같은) 고증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는지 책 말미의 작가의 후기를 보면 더더욱 이 작가를 아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요즘 들어 동화 다시 읽기가 하나의 트렌드처럼 유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말이지 우리가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들이 사실 알고 보면 잔혹하기 그지 없는 내용을 아무런 여과없이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판단을 강요받았던 것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생각해 보면 이들 동화들이 미스터리물로 재탄생되는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미스터리 장르라고 해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 듯 하다. 그저 사건만 있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같은 비뚤어진 권선징악의 결말만 있을 뿐이긴 하지만. 작가는 바로 이 부분을 각색의 포인트로 잡고 이렇게나 멋진 미스터리물로 재탄생시켰다.


   작품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라일 호프만 법학 박사는 귀족의 신분이지만 귀족이 누리는 편안한 생활이나 권력에는 관심이 없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곳곳의 전설이나 설화, 신화 등을 수집하는 캐릭터로 나오는데 작품 후기를 읽고 나니 호프만 박사가 여지없이 작가 자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대적 배경을 중세의 끝자락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시기로 설정하다보니 현대의 치밀하고 과학적인 수사 같은 스타일은 아니지만 어릴 적 읽었던 동화가 이제야 제대로 소화되는 그런 느낌이다. 아직도 그의 작품을 다 읽지 못했다는 것이 마냥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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