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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에서 죽다 1 - 마티스, 피카소, 샤갈 편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1년 10월
평점 :
2011년에 <펍, 영국의 스토리를 마시다>로 작가님을 처음 만났으니 올해 10년이 되는 셈이다. 그동안 작가님의 도자기 시리즈를 비롯해 많은 책들을 읽었는데 정말이지 허투루 쓴 책이 없고 온 영혼을 바쳐 조사하고 준비한 결과물이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책들이라 이제는 '조용준'하면 나에게는 무조건 믿고 보는 저자라고 할 수 있다. 작가님의 프로방스를 다루었던 전작 <프로방스 라벤더 로드>가 (물론 프로방스의 전반적 역사나 지역적 특성들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라벤더'에 방점이 찍혔다면 이번 <프로방스에서 죽다>는 프로방스에서 생을 마감한 '인물'들에 방점이 찍혀있다. 1편이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시리즈로 나올 예정이고 그 첫번째 주인공들이 바로 너무나 유명한 동시대를 산 세 화가 - 마티스, 피카소, 샤갈이다.
세 화가가 프로방스에 남겨놓은 자취는 너무나 분명한지라 니스와 근교를 자주 다녔던 나로서도 박물관이나 무덤 같은 곳은 갈 때마다 찾아가곤 하는 장소들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그들이 말년을 보냈던 장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이 사랑했던, 그래서 그들의 영혼을 품고 있는 프로방스가 왜 그렇게 사랑을 받았던 곳인지, 그리고 동시대를 살았을 뿐만 아니라 같은 지역에서 활동했던 세 예술가들은 어떤 관계와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에 대해 작가님의 특기인 집요한 추적의 결과물이다.
마티스 편에서는 작품에 관한 설명이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작품 그 자체보다는 그들의 삶과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데 나는 작가님의 이런 디테일을 좋아한다. 한 인물의 축약된 전기를 읽는 듯 한 그런 느낌인데 위대한 예술가들에게서 발견하는 의외의 쪼잔함 같은 인간적 특성을 발견할 때마다 (맘에 들건 아니건 간에) 어쩐지 그들과 더 친해지는 기분이 든다. 책 속에는 저자가 직접 찍었을 것 같은 프로방스의 풍경 사진도 있고 예술가들의 작품을 비롯한 여러 참고 사진들이 풍성하게 들어있어 읽는 재미가 배가 된다.
작가님이 중간중간 뿌려놓은 떡밥을 보니 앞으로 나올 시리즈에서 만나게 될 인물들이 아주아주 기다려진다. 이미 충분히 매력적인 프로방스가 그들의 이름이 더해짐으로 인해 더더 가보고 싶은 곳이 된다. 아니, 프로방스의 따뜻하고 풍성한 색채의 빛이 그들을 빛나게 했다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수식어일지도 모르겠다. 시리즈 전체가 아주 많이 기다려진다.
* 책의 표지는 피카소의 <꿈>이라는 작품을 마티스식으로 재해석한 듯 한 스타일인데 어떤 분의 아이디어인지 모르겠지만 너무 맘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