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호크니의 인생
카트린 퀴세 지음, 권지현 옮김 / 미행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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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미술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몇 권의 책을 읽기는 했지만 여전히 현대미술을 온전히 좋아하기에는 아직 나의 그릇이 그만큼 되질 않는 것 같다. 특히 추상이나 설치 미술은 거리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현대미술임에도 불구하고 에드워드 호퍼나 페르난도 보테로 그리고 데이비드 호크니 같은 화가들의 작품은 아주 똭 내 스타일이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근대 이전의 화가들의 경우 그들의 작품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인생 하나하나에도 과도한 관심을 가지면서 내가 좋아하는 현대 미술가들의 삶은 그저 미디어에 나오는 정도로만 만족했던 것 같다. 핑계를 대자면 그들의 인생을 (특히 아직도 활발하게 활동중인 이들이라면) 집중 조명한 기록물들이 많이 없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번에 미행에서 <데이비드 호크니의 인생>을 번역 출간했다는 사실! 미행은 내가 어려워하는 시 문학을 주로 출판하는 곳이라 (아주 고급 레벨의 작품 전문 출판인 듯) 아직까지 읽어볼 엄두를 못냈는데 이번 <데이비드 호크니의 인생>은 출간하자마자 겟, 읽는 건 지금 ㅎㅎ


   놀라운 건 저자인 카트린 퀴세는 출판사에서 데이비드 호크니에 대한 책을 써달라는 연락을 받기까지 데이비드 호크니가 누구인지조차 몰랐다고 한다. 이 책은 데이비드 호크니가 직접 쓴 글이나 인터뷰 기사, 전시회 도록 등을 바탕으로 해서 저자가 재구성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데이비드 호크니의 직접적 개입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더욱 객관적인 시선으로 담아내지 않았나 싶다.


   그의 색채 풍부한 그림들이, 눈부시도록 쨍한 수영장 장면들은 어디에서 받은 영감을 기초로 하였을까 늘 궁금했는데 책을 읽고 보니 그저 그의 삶이었다고 말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평론가들의 말에 개의치 않고 시대의 유행 따위에 휩쓸리지 않고 성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당당히 밝히면서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대로 간 결과물이었다. 물론 데이비드도 절망의 시절, 아픔의 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늘 그가 다시 그림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그의 진심이었던 마음 덕분이었던 듯 하다. 가족에게 진심이고 친구에게 진심이고 사랑하는 연인에게 진심이었던 삶, 인생에서 모든 것은 '순환'이고 '교대로 찾아온다'는 중요한 깨달음 덕에 지금의 데이비드가 있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그의 작품 제목이 정확히 나오지 않아 검색을 열심히 해가면서 찾아보았는데 마지막에 작품 리스트가 있어서 뻘쭘 ㅎㅎ 그런데 이 친절한 작품 리스트는 원서에는 없었다는 사실! 우리의 친절한 편집자님께서 독자들을 위해 친히 마련하신거란다. 그런데 나라는 독자는 이런 뻘짓을 ㅎㅎ 미행과의 첫 만남이 찰떡이었으니 이미 출간된 다른 책들도 소설을 먼저 리스트에 두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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