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시티 Rome City - The Illustrated Story of Rome
이상록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책을 받는 순간부터 두근두근! 아니 받기 전부터 ㅎㅎ 인터넷 서점 신간에서 이 책을 보았을 때부터 앗! 이거슨 바로 내 책! 이라는 운명의 단짝 같은 그런 설렘으로 다가왔던 책이다. 몇 년 전의 이탈리아 여행을 다시 한 번 복기할 수 있을 뿐더러 저자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까지 담겨있으니 사진보다 더 아기자기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충만! 이거이거 초반부터 너무 느낌표 남발하는 거 아니야? 라고 스스로 진정해 보지만 이 책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만족스러웠다.


   저자는 보통 로마의 건국의 해라고 알려진 기원전 753년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건국 신화부터 시작하여 1861년 이탈리아의 통일이 선포까지(물론 그 이후의 무솔리니 시대가 잠깐 언급되긴 하지만)의 로마에 대해 다루고 있다. 지금의 로마의 모습이 되기까지 로마의 흥망성쇠의 기록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아, 물론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건국 신화 이후로 바로 공화정 시기로 건너뛰어버리는 건 로마를 다룬 다른 책들과 비슷했지만 (내심 리비우스의 <로마사>를 인용해 로마가 빈자들과 외국에서 도망친 범죄자들과 무법자들 그리고 창녀들로 시작된 도시라는 걸 언급해 주기를 기대하긴 했다) 로마의 2천년이 넘는 역사를 일러스트와 함께 요약정리해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로마는 한마디로 '꾸안꾸'의 도시다. 이탈리아에 '꾸안꾸'를 뜻하는 말이 있을 줄이야! 바로 '스프레차투라'라는 용어인데 무려 르네상스 시대의 학자이자 정치가인 발다사레 카스틸리오네의 저서 <궁정론>에 의하면 스프레차투라는 '예술적 기교를 감추고 말과 행동이 꾸며냈거나 공들여 만든 것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는 것이다. 저자는 로마가 바로 스프레차투라의 도시라고 말한다. 완전 공감! 저자의 글도 '스프레차투라'이다. 과장하지 않고 그저 로마라는 공간과 시간을 따라 묵묵히 걸어가는 순례자 같은 차분한 문체가 로마를 닮았다. 특히 내가 로마 여행 시 가장 관심있었던 포룸로마노와 건축물에 많은 지면이 할애되어 있어 좋았다. 베르니니와 보로미니의 이야기를 다룬 제이크 모리세이의 <디자인 천재>가 인용된 순간, 이건 게임 끝!


   전문 역사서는 아니지만 역사서로 입문할 동기를 충분히 부여해주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로마 여행을 꿈꾸고 있다면 가장 먼저 소환해야 할 책이라고 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로마에 관한 모든 것이 더 더 궁금해 질 것이다. 당장 로마행 비행기를 타고 싶어 온 몸의 세포가 방방 뛸 것이다. 로마에 발을 딛는 순간, 괴테가 말한 '두번째 탄생'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2400년 전 로마 왕정 시대에 지어진 '세르비우스 성벽' 옆에서 햄버거를 먹는 도시를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으랴. 로마를 여행한다는 건 괴테의 말처럼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임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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