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
내털리 제너 지음, 김나연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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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인 오스틴의 작품만큼 꾸준히 인기를 누리면서 영화나 드라마로 끊임없이 재생되는 문학작품이 또 있을까? 혹자는 응접실 소설이라며 폄하하기도 하지만 그녀의 작품들이 이렇게 시대를 불문하고 회자되고 후대의 작품 속에서 가공되고 언급되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실 나는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 소설 속 프랜시스 나이트처럼 브론테 자매를 더 좋아한다. 그럼에도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 중 새로운 판본이 나오거나 하면 소장 목적으로 구입하는 편이라 제인 오스틴 덕후들의 모임일 것 같은 느낌이 가득한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를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다.


   제인 오스틴하면 영국의 바스(BATH)라는 도시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나도 제인 오스틴의 흔적을 찾아 바스에 간 적이 있다) 사실 그녀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오만과 편견>이나 <이성과 감성>을 집필한 장소는 영국 햄프셔주의 작은 마을 '초턴(CHAWTON)'으로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이 마을의 영주격이었던 나이트 가문이 제인 오스틴의 오빠인 에드워드를 입양함으로써 제인 오스틴 역시 나이트 가문과 인연을 맺게 되고 지금까지 그 이름이 언급되고 있으니 나이트 가문에게는 행운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제인 오스틴도 나이트 가문 덕분에 조금은 안정적인 집필 활동을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짐작했던대로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는 제인 오스틴의 덕후 모임이기는 했지만 그저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 모임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이야기는 그런 뻔한 방향이 아니고 초턴에 있는 제인 오스틴과 관련된 유산들을 보호하고 제인 오스틴의 오빠가 유산으로 물려받은 관리인의 별채를 박물관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에서 출발한 모임이었다. 물론 소설 속 에피소드들은 명백한 허구이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픽션'이라는 멘트가 어울릴 정도로 충분한 고증이 바탕이 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을 읽다보니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꽤나 잘 기억하고 있다고 자부함에도 '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 멤버들이 논쟁을 벌이거나 대화를 나누는 부분들이 잘 기억나지 않은 걸 보면 아무래도 다시 읽어 봐야겠다. 특히 <오만과 편견>의 다아시와 엘리자베스, <에마>의 에마와 나이틀리의 대사 하나하나를 다시금 음미해보면서 나의 선택은 엘리자베스인지 에마인지 확인해 보련다. 소설 초반은 제인 오스틴의 존재가 겉도는 느낌이라 재미가 조금 덜했는데, 후반으로 갈 수록 제인 오스틴에 대한 오마주가 명확하게 드러나면서 기분좋은 흥분에 휩싸여 열독할 정도였다. 특히 나이트 가문이 소장하던 책들을 딜 할 때의 그 긴장감이란! 팬데믹 상황이 종료되면 가장 먼저 초턴으로 달려가고 싶게 만드는 마법이 걸려있으니 주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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