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빌리의 비참
알베르 카뮈 지음, 김진오.서정완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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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빌리의 비참>은 카뮈가 '알제 레퓌블리캥'이라는 일간지의 기자로 있을 때 쓴 기사 11개를 묶어서 펴낸 것이다. 책을 읽다가 카빌리가 어디에 위치한 곳인지 찾아본다. 카빌리는 알제리 동북부 고산지대에 위치해 있는데 그 곳 사람들은 선사시태부터 북아프리카에 거주해 온 소수민족이라고 한다. 그러니 알제리의 토착민이라고 보면 되겠다. 카뮈가 이 기사를 쓴 시기는 1939년, 알제리가 프랑스의 식민지였을 시기이다. 소수민족이라고 했지만 알제리에 살던 그들의 인구는 꽤나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식민지의 국민들에 대한 대우는 형편없을 뿐만 아니라 비인간적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니 알제리 국민들도 그리 잘살고 있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알제리 국민보다 더 비참한 삶을 영위했던 민족이 바로 카빌리의 사람들이었다. 카뮈는 그들이 겪고 있는 비참한 상황, 특히 가난에 대해 그 부당함을 조목조목 성토한다. 훨씬 더 많이 일함에도 불구하고 가장 적게 받는 '모욕적인 급여', 비위생적인 주거환경, 터무니 없이 부족한 교육의 기회, 산업화에 빼앗긴 수공예 기술과 악덕 고리대금의 희생양이 된 카빌인들의 비참함은 카뮈의 눈에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숙제이다. 오죽했으면 최소한 먹을 것이라도 줄 수 있는 전쟁을 원했을까.


   카뮈의 기사는 그저 고발에 그치지 않고 이러한 상황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것들이 요구되는지에 대한 실천적 방법까지 제시한다. 그저 자극적인 비난에만 급급한 현대 언론인들이 배워야 할 자세이다. 그의 모든 의견과 주장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에 관한 문제이다. 이런 문제조차 정치적 도구가 되어버리는 안타까움은 카뮈의 시대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카뮈의 글을 다 읽고 나면 현재 카빌인들의 생활이 궁금해진다. 다행히 현재는 많은 개선이 이루어진 모양이다. 카뮈는 카빌리의 척박하지만 아름다운 자연이 카빌인들이 처한 비참한 상황 뒤에 가려진 현실을 안타까워했는데 지금은 그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이 당당해 보인다. 한 기자의 주장 하나로 카빌인들의 삶이 개선된 건 물론 아니었겠지만 시대를 사는 지식인들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을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카뮈가 살아있었다면 아마도 카빌리를 더 이상 비참함으로 기억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니, 그의 기억을 바꾸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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