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베스트셀러에 대한 이유없는 거부감을 가졌다는 것. 스웨덴식 블랙 유머가 처음 읽을 때는 큭큭거리며 왜 일케 재밌냐면서 읽게 되는데 두번째 세번째 읽으면 인간이 간사한지라 식상해진다는 것.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으로 다작을 하는 작가들의 작품은 언젠가는 질리게 되어 있다는 것. 요런 이유들이 나로 하여금 요나스 요나손과의 만남을 뒤로 미루게 만들었다. 그래서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는 나와 요나스 요나손과의 첫 만남! 두둥~ 기대하시라~


   첫 만남은 좋았다. 유쾌하고 매 페이지마다 웃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고 소재도 식상하지 않고 이야기 속 개연성도 충분히 확보되었다. 하지만 가장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들었던 부분은 바로 미술과의 접목이었다. 보통 동시대의 예술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외면받는 경향이 있다. 작가는 모더니즘 미술과 표현주의 미술에 대한 경외를 책 속에 담았는데 특히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아프리카와 아랍 여성들의 삶을 그렸던 남아공 화가(독일계 유대인 혈통)인 '이르마 스턴'에게 이 책을 바치는 것과 다름없다.


   특히 가상의 소설 속 인물들을 역사 속 실제 인물들과 사건들 속에 녹아내어 (황당하지만) 황당하지 않게 포장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저자의 전작을 읽었던 독자들이라면 좀 다르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난 첫 만남이니 저자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인정하노라(물론 내가 인정한다고 뭐가 달라지진 않지만 ㅋ). 책 속에는 이르마 스턴 이외에도 다양한 예술가들이 숨은 그림처럼 숨겨져 있다. 칼 라르손은 우리에게는 스웨덴의 국민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일상을 그린 그녀의 그림에 대한 예술적 가치가 폄하되어 있는 것이 저자는 안타까운 모양이다. 마르케스의 <백년동안의 고독>도 까메오로 등장하는데 아주 절묘한 타이밍이다. 진짜 예상치 못했던 까메오는 바로 대한민국에 사는 과부의 등장과 대한민국 통화의 어마어마한 '0'에 대한 감탄이다. 요나스 요나손을 애정하는 한국 독자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인가? ㅎㅎ


   스웨덴의 섬에서 닭을 키우며 가족들과 목가적 삶을 살면서 이런 글을 쓰는 작가의 삶이 부럽다. 아니, 음바티안의 고향에 '달콤한 건강 주식회사'를 세우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서 약간 수상쩍은 의술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후고 일당의 삶이 부러운가? 496명의 용의자 중 25명을 조사했는데 300명의 새로운 용의자가 추가된 구스타브손의 삶이 부럽지 않은 것만은 확실하다. 작가의 최고 베스트셀러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정도는 읽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