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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 - 영화의 거장 ㅣ 누구나 인간 시리즈 5
베른하르트 옌드리케 지음, 홍준기 옮김 / 이화북스 / 2021년 8월
평점 :
너무 유명한 영화감독이지만 이 분 영화를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이 분의 이름이 언급되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마치 잘 안다고 착각하는 상태? 마치 너무 유명한 책이라 여기저기 주워들은 게 많아 읽지 않았음에도 읽었다고 착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앨프레드 히치콕. 영화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이름을 모르면 간첩이리라. 특히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그림자 형태랄지 너무 유명한 영화 <사이코>의 샤워 장면같은 것들은 딱 봐도 '히치콕'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만큼 알려져 있다.
아..근데 이 무식한 나는 지금껏 히치콕이 미국 사람인 줄 알았다. 히치콕은 영국 최초의 극장이 열린 해와 동일한 1899년에 영국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그의 영화와의 인연은 할리우드 영화사인 페이머스 플레이어스 래스키(파라마운트 영화사의 전신)가 런던의 이즐링턴에 오픈한 스튜디오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영화에서만큼은 그는 철저히 미국식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영국에서도 <하숙인>이나 <링> 같은 호평을 받은 작품들을 제작하기는 했으나 사실 '서스펜스의 대가'로 불리우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 영화들은 대부분 히치콕의 미국 시절에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에는 히치콕의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 시대를 거쳐 할리우드 시대까지 히치콕 영화 역사가 담겨있다. 뿐만 아니라 히치콕의 삶과 주변의 인물들까지 탐색한다. 히치콕에게 명성을 안겨준 유명한 작품들도 많긴 하지만 제작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대충 만들거나 돈을 벌기 위해 만든 영화들도 꽤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히치콕은 영국에서 영화가 연극의 복제품 정도로 여겨지던 시대에 영화를 독립적 예술의 위치로 올려놓은 공헌자라고 할 수 있다. 히치콕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줄거리나 행위 자체가 아니라 관객을 주인공에 감정이입하게 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주인공과 동일한 서스펜스를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배우를 하나의 소품으로 여겼던 히치콕의 영화에 당시 유명 배우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여성을 늘 폭력의 대상이나 피해자로 그린 히치콕의 영화들이 오늘날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좀 다르게 평가될 수도 있겠지만 영화라는 한 장르에서 새로운 기법들과 형식을 개척한 선구자로서의 명성은 변하지 않을 듯 하다.
히치콕 영화에 입문하기 전에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나처럼 영화 제작에 문외한이라고 하더라도 그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고 무엇보다 히치콕의 개인적인 삶과 성향 그리고 그가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 등에 대한 사전지식을 습득할 수 있어 그의 영화를 이해하는 데 좋은 지침서가 될 듯 하다. 책의 말미에는 그가 감독했거나 스태프로 참여했던 모든 극장 영화와 텔레비젼 영화의 목록이 감독, 시나리오, 카메라, 출연진 등의 정보와 함께 연도별로 수록되어 있어 검색과 정리의 수고를 덜어주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