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학 인사이트 - 문화 콘텐츠의 보고
박종성 지음 / 렛츠북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오래 전이기는 하지만 나 역시 영문학 전공에 영국에서 유학은 아니지만 살짝 몇 개월간 영국 여기저기를 다녔고 그 이후에도 영국으로의 발걸음이 여러번 있었던지라 저자의 영문학 여행이 내심 반가웠다. 순전히 문학적 입장으로만 보자면 영문학이 차지하고 있는 절대적 위엄을 넘어설 나라가 아직까지는 없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런던에서 시작하여 옥스포드와 캠브리지를 거쳐 바스, 스트랫퍼드 오픈 에이븐, 노팅엄, 요크, 리버풀, 레이크 디스트릭트, 그리고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까지 영문학사에 불후의 족적을 남긴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들 뒤를 밟는다.


   저자의 문학 탐사는 조이스의 <율리시스>보다는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구보씨의 일일보다는 훨씬 흥미있는 여정이다. 저자의 걸음걸음이 독자의 다리가 되고 저자가 바라보는 시선이 독자의 눈이 된다. 저자의 의식과 생각은 독자의 경험과 독서의 정도에 따라 풍부한 관념들의 집합체가 될수도 아니면 그저 패키지 여행 수준으로 끝날 수도 있을 것 같다. 다행히도 나에게는 저자의 여정 중 많은 곳이 내가 같은 목적으로 걸음했던 곳이고 저자가 언급한 많은 작품들이 익숙한 작품들이라 마치 저자의 그림자가 된 것처럼 함께 할 수 있었다.


   사실 영문학은 영어라는 언어가 주는 특별함을 느끼지 못하면 재미가 반감된다. 물론 훌륭한 번역본만으로도 충분히 문학이 주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지만 영어만이 가질 수 있는 언어의 유희를 잘 활용하는 작가의 작품들을 번역본으로 접했을 때 평범하다고 느끼게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특히 그 부분을 강조하여 작가들의 언어 유희를 원문과 함께 인용하여 독자들이 조금이나마 말장난의 재미를 느끼게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저자가 직접 만들어 낸 말장난이 주는 위트로 영문학자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의식의 흐름까지는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형식의 탐사기이다보니 한 곳을 집중공략하지는 않는다. 관심있는 곳을 깊게 파내려가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영국의 지도를 펼쳐놓고 저자를 따라가다보면 새삼 영국이라는 곳이 얼마나 문학적으로 축복받은 땅인지 깨닫는다. 저자의 여행에서 제외된 작가들까지 포함한다면 더욱 그러하리라. 갑자기 책장 저 구석에서 먼지 쌓인 채 외면받고 있는 영문학 책들을 소환하고 싶어진다.


   * 한가지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 : 저자의 여정이 2017~18년인데 자꾸 코로나 이야기가 끼어들어서 여행의 흐름을 방해받았던 것이 좀 별로였다. 저자가 책을 쓴 시점이 코로나가 발발한 이후라서 그런 듯 한데 확실하게 당시 여행의 경험에 집중했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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