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하난의 우물
장용민 지음 / 재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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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의 전작인 <궁극의 아이>를 읽어보진 않았지만 평이 좋길래 신작 <부치하난의 우물>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특히 '시공간을 뛰어넘는' '로맨스와 스릴러' 같은 소개 문구와 시공간은 대한민국인데 '낙타도 갈 수 없는 깊은 사막'에 사는 츄위샤이라는 부족 최고의 전사 부치하난이라니, 뭔가 기대감 급상승이었다고나 할까. 현재의 시공간과 부치하난의 이야기의 연결점은 어디일까, 시작부터 두근두근 단서를 놓칠세라 한 문장, 한 단어를 공들여 읽어나갔다.


   낙원동 뒷골목에서 빈 병을 주우며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지만 누구보다도 밝게 생활하는 누리는 스무살이 되었지만 다섯살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 아기 때 버려졌지만 폐지 줍는 할머니가 거두어 함께 살았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혼자다. 십대 때 양아버지의 성폭력으로 가출한 후 창녀, 사기꾼, 소매치기 등 밑바닥 생활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태경은 언젠가 이 지긋지긋한 나라를 벗어나 팸플렛 속의 낙원 같은 땅 피지로 가겠다는 희망 하나로 오늘을 살아간다. 20세기의 누리와 태경, 그리고 고대 전설 속 부치하난과 올라의 연결 고리는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될까 몹시 궁금했다.


   그런데 나의 기대는 민망스러울 정도로 보상을 받지 못했다. 물론 이런 식의 전개와 스토리를 좋아하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암튼 난 아니었다. 소설은 황당해도 괜찮다. 현실과 비교했을 때 말이 안되어도 소설은 면피가 된다. 단, 소설 안에서만큼은 개연성이 확고해야 한다. 개연성 확보가 되지 않으니 모든 걸 작가가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알려줄 수 밖에 없다. 독자가 읽고 느끼고 깨달으면서 무릎을 탁 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우연히 등장한 인물들의 입으로 그 우연을 강요 당한다. 물론 설득은 되지 않는다. 다섯살의 지능을 가진 누리의 이해력과 암기력 지수가 갑자기 높아지고 국내에서 취급할 수 없는 희귀 보석들의 밀수를 담당하는 곽사장의 숨겨놓은 아이의 뜬금없는 등장과 이제껏 냉혹함의 극치를 보여주던 인간들은 왜들 그렇게 갑자기 감동을 받는 것인지, 국내 최고 깡패 조직의 일인자가 전설 속 인물을 흉내내질 않나, 게다가 고대의 전설과 현재의 이야기는 왜 그렇게 애플 투 애플식 데칼코마니여야만 했는지도 모르겠다. 태경의 양아버지와 엄마가 등장하는 순간, 어허..소리가 절로 나왔다. 누리의 마지막을 묘사하는 장면에서는 정말이지 말잇못..


   저자와의 첫 만남이 이렇게 끝나버려서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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