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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드로잉 클래스 - 손그림으로 완성하는 감성 일러스트 ㅣ 이지 아트북 시리즈
에린 맥매네스 지음, 이수연 옮김 / 그린페이퍼 / 2021년 7월
평점 :
학생 때는 여기저기 끄적끄적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 그랬는데 오랫동안 그런 감성을 잃어버리고 나니 생일축하 카드에 케이크 그리는 것도 원하는 그림을 찾아서 보고 그려야 할 만큼 예술적 감각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되어 버렸다. 기억을 되짚어 보면 미술시간에 그리던 정통 미술을 지향하는 그림보다는 일러스트 같은 꾸미기 그림을 좋아했던 것 같다. 여중, 여고 시절 대부분 그런 경험이 있겠지만 나 역시 친구들한테 엽서나 편지 쓰는 걸 좋아했고 지금도 생일이나 연말이면 손글씨로 직접 카드를 쓴다. 그럴 때 그냥 밋밋한 글씨만 쓰는 것이 아니라 예쁜 그림도 그리고 싶은데 맘 같지 않으니 드로잉의 기본을 좀 알면 괜찮지 않을까 해서 이 책을 선택해 보았다.
저자는 초보자의 마음을 잘 읽을 줄 아는 분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우선 드로잉 도구, 그러니까 연필이나 펜, 마커나 브러시 같은 도구에 따른 드로잉 기법을 설명하고 각 도구로 그린 그림을 담아 드알못이라도 드로잉 기법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거기에 더해 손으로 직접 그린 그림 뿐만 아니라 요즘에 유행하는 디지털 기기로 그림을 그릴 때 많이 사용하는 포토샵을 활용하여 드로잉을 하고 채색을 하는 법까지 알려준다.
말이 드로잉이지 사실 드로잉의 범위는 상당히 광범위하다. 여기서는 주로 일러스트 드로잉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꽃이나 사물 및 동물 뿐만 아니라 건물이나 사물처럼 일러스트의 대상이 되는 소재 역시 다양하다. 특히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은 레터링이다. 레터링은 글자 자체에 장식을 더하여 꾸미는 것인데, 캘리그래피처럼 글자 자체를 다양한 방식으로 쓴 후 거기에 식물이나 상징을 나타내는 사물 등으로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기법은 그 유래가 아주 오래되었는데, 박물관에서 책을 손으로 일일히 필사하던 시절의 책을 보면 아름다운 레터링으로 감탄하기도 하고 중세 유럽의 왕족이나 귀족 가문의 문장이나 상징 등에서도 특징이 잘 표현된 레터링을 발견하기도 한다.
책에 좀 더 많은 예제들이 다루어졌다면 좋았겠지만 목적이 대상을 일러스트화하는 기본 원리를 알려주는 것에 있다보니 이 책으로 기초지식을 습득한 후 좀 더 창의성을 발휘한 다양한 기법은 독자의 몫이라 해야겠다. 나도 책을 읽으면서 레터링을 몇 번 따라해 보았는데, 그대로 보고 따라 그리는 건 할 수 있겠으나 나만의 방식으로 꾸미기에는 상상력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ㅎㅎ 다양한 레터링을 많이 보면서 열심히 연습하는 것만이 방법인 듯 하다. 언젠가 나도 자신있게 나만의 디테일과 창의성이 발휘된 레터링을 선보일 수 있기를 소망하며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기록을 해놓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