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수업 - 조그맣고 꿈틀거리지만 아름답고 경이로운 생명
김태우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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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백하자면 나는 곤충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조금 변명을 해보자면 그 이유는 바퀴, 송충이, 그리고 개미 때문이다. 학교 다닐 때, 운동장 나무 밑에 서 있자면 우수수 떨어지는 송충이들과 어렸을 때 음식이 담긴 냄비나 그릇 주변으로 줄지어 지나다니는 개미, 심지어 냄비 안에서 익사한 개미들을 수없이 보아왔고 부모님 댁이 수십년 된 낡은 주택이라 각종 곤충들의 보고라 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인지라 아주 진절머리가 난다. 하지만 그런 곤충들을 애정으로 대하는 이들이 세상에는 제법 있다. 곤충 하면 떠오르는 파브르를 비롯하여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런 분이다.


   사실 이 책을 읽어보기로 한 건 곤충에 대한 기계적 지식을 얻어볼까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곤충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고생대부터 있었던 종이니 그저 지식을 얻는 차원에서 참고도서로 활용해보자라는 생각이었다. 오..그런데 저자의 글에서부터 좀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곤충과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이 책을 집필한 것이다. 그러니까 일반인들이 곤충을 대할 때 조금이나마 애정을 가지고 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곤충학자로서의 일종의 사명감 같은 거다. (물론 저자도 바퀴만큼은 그럴 수 없다하니 천만 다행이다. 바퀴를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기는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


   그래서 곤충 자체에 관한 지식보다는 곤충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지침서라고 하는 편이 좀 더 어울릴 듯 한 책이다. 저자는 메뚜기목을 전공으로 하는 곤충학자이다. 작년엔가 읽었던 한 소설에서는 배가 고프다라는 공복감이 연구의 세계에서는 '알고 싶다'라는 마음이라고 하던데, 저자의 곤충에 대한 갈망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어떤 마음이면 그렇게 한가지에 몰두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할 때의 그 두근두근이 바로 기초 과학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만은 분명한 것 같다.


   곤충을 애정하기 보다는 '충'으로 생각하는 무지한 일반인으로서 흥미있었던 부분은 곤충의 이름 짓기와 역사 속 곤충 이야기, 외국에서 발견한 한국 곤충의 기록들, 그리고 곤충과 관련된 괴담의 진실을 밝히는 부분이었다. 특히 곱등이와 연가시의 괴담이 과장된 것이라고 하니 어쨌든 안심이다. 하지만 펄벅의 <대지>를 통해 처음 알게 된 메두기떼로 인한 농작물의 피해 같은 것이 우리 나라에서도 있었을 뿐만 아니라 흔한 곤충 대발생 중의 하나라니 아무리 곤충이 자연의 섭리라 하더라도 주의할 필요는 있을 듯 하다. 저자는 곤충학자로서 '공존의 지혜'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한다. 곤충과 인간 중 지구에 누가 먼저 발을 먼저 디뎠냐라고 한다면 곤충이다. 모르긴 몰라도 앞으로도 인간보다 곤충이 더 오래 살아남아 지구를 지킬 가능성이 많다. 곤충이 미래의 식량으로 거론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순전히 인간의 관점일 뿐 곤충이 듣는다면 어이없어 할 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집안에서 모기를 발견하면 살충제를 뿌려대겠지만 바깥에서만큼은 다양한 곤충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겠다고 마음 먹어본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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