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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 이은정 - 요즘 문학인의 생활 기록
이은정 지음 / 포르체 / 2021년 7월
평점 :
미주의 '반짝이는 별들'과 '웅크리고 있는 희망'이 어디로 갔나 했더니 다행히 '쓰는 사람, 이은정'에게 가 있었다. '아름다운 소설이 아니라 미안하다'던 작가가 이번엔 아름다운 에세이를 여봐란 듯이 내놓았다. 그리고 당당하게 '끝까지 작가로 살겠다'고 선언했다. 독자로서 이보다 뭉클한 선물이 있을까. 다시 산타클로스를 믿고 싶어진 어른에게, 아니 산타가 진정 필요한 어른에게 '쓰는 사람 이은정'은 산타다. 우는 어른에게도 선물을 주는 산타다. 눈물이 많은 산타라서, 울어본 적이 있는 산타라서 우는 이의 양말까지 신경쓰는 산타다.
이 책은 '끝까지 작가로 살겠다'는 약속의 탄생과 진화의 기록이다. 반짝이는 별이 우주 공간의 가스와 먼지가 밀집된 공간에서 생겨나 듯 그녀의 결심은 상처와 슬픔 속에서 잉태되었다. 원시별을 거쳐 마침내 빛을 내며 타오르는 별처럼 다른 사람들의 온기를 받아들이면서 그 약속은 따뜻하게 반짝이기 시작한다. 이 책은 '쓰는 사람, 이은정'이라는 별이 어떻게 상처를 덮으면서 걸어가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이번 생에 내게 도착한 사람들. 나의 사람들. (본문 p282)
그녀를 알게 된 우연으로 토끼굴에 빠진 앨리스가 되었다. 나와 비슷한 수많은 앨리스들과 함께 '쓰는 사람, 이은정'을 응원해 본다. 그녀의 생에 끼어든 우연으로 우는 이에게도 선물을 주는 산타를 기다리며 양말을 걸어놓는다. 그러다가 문득 산타가 밥은 먹었는지, 잠은 잘 잤는지, 어디 아픈데는 없는 지 궁금해진다, 그녀의 사람이 된 우연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