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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를 찾아서
글로리아 포시 지음, 김현주 옮김, 다닐로 데 마르코 외 사진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아이고, 여기 빈센트 앓이 하는 사람들이 또 있었다. 일년에 한 두권씩은 빈센트 반 고흐에 관한 책을 읽게 되는 것 같다. 그만큼 빈센트 반 고흐는 그림을 좋아하고 미술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늘 마음에 두는 화가들 중 거의 탑에 자리하고 있는 듯 하다. 사실 너무 유명하다 못해 그의 그림에 매겨진 가격이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이다. 빈센트의 생애와 그림에 대해서는 꽤나 많이 알려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가족들과 주고 받았던 편지나 다작을 했던 그의 그림들이 잘 보존되어 있는 덕분인데 그래서 상대적으로 그의 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은 비교적 분명한 편이다.
이번 빈센트 러버들은 특별한 여행을 기획했다. 실제 빈센트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 것이다. 빈센트가 남긴 편지와 그림 속 장소들을 찾아 최대한 그의 시각으로 보고 싶어했다. 후세대에 의해 과도하게 포장되거나 지나칠 정도로 갈기갈기 분석된 빈센트 반 고흐가 아니라 빈센트가 살았던 시대와 장소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감으로 그의 생각과 마음을 짐작해 보기로 한 것이다.
빈센트의 삶에서 중요한 이동 경로를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그가 태어난 준데르트를 시작으로 기숙학교를 다니던 곳을 거쳐 센트 삼촌이 소개해준 구필 화랑의 헤이그 지점, 가족들이 새롭게 이사한 에턴, 빈센트가 구필화랑의 점원으로, 해고된 이후에는 불어를 가르치는 교사로 약 3년간의 시간을 보냈던 영국, 광부들과 함께 지내면서 전도사로서의 사명감을 불태웠던 보리나주, 그마저도 실패한 후 그의 본격적인 그림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면서 안트베르펜과 파리에서 생활하게 된다. 이후 아를을 비롯한 프로방스 지역으로 빛과 색을 찾아 이동하고 그의 생애 마지막 정착지가 된 오베르쉬르우아즈로 옮겨간다.
이 책은 단순히 이동경로를 따라가면서 찍은 결과물이 아니다. 빈센트의 삶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던 시절을 추적하고 그에게 영감을 주었던 장소들을 발견하여 그의 진짜 삶을 잘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결실이다. 그 노력의 결과물로 얻어진 사진들이 빈센트의 그림이나 스케치, 그의 편지, 그리고 빈센트를 연구한 다른 이들의 참고자료와 함께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정리되어 있으며 책에 다 실리지 못한 사진들이 각 장의 마지막 페이지에 썸네일 형태로 실려있다. 한 명의 미술사학자와 두 명의 사진작가가 빈센트의 눈과 발이 되어 떠난 여행에 함께 하게 되어 즐거웠고 한 예술가에 대한 오마주이자 열정을 표하는 방식이 충분히 객관적일 수 있음이 놀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