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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슨트 정우철의 미술 극장 - 언택트 미술관 여행 ㅣ EBS CLASS ⓔ
정우철 지음 / EBS BOOKS / 2021년 5월
평점 :
코로나 이후 하늘길이 제한되고 전시회 등 많은 사람들이 몰릴 수 있는 장소들이 문을 닫으면서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그걸 대신하는 다양한 컨텐츠들이 여러 채널들을 통해 풍성해지는 건 코로나가 우연찮게 가져온 효과라고 해야겠다. 세상은 이런 일을 겪으면서 큰 변화나 도약을 하게 되는 듯 하다. 물론 그림이야 직접 가서 보는 것이 진짜 백배 천배 만배 좋지만 도슨트가 내 집까지 배달해주는 이야기를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듣는 것도 훌륭한 대안이다. <도슨트 정우철의 미술 극장>은 동 제목의 EBS 교양 강좌를 강연이나 방송에서는 여러가지 제약 상 하기 어려웠던 이야기들까지 더해 저자의 욕심껏 담아낸 작품이다.
책에서 다룬 화가들은 19세 유럽, 기존 아카데미 미술에 대항한 새로운 화법들이 싹트고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새로운 기술과 발명품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와 살지 좋은 시절이라 불리던 시기에 활동하던 이들이다. 클림트, 틀루즈로드레크, 무하, 모딜리아니, 모네 - 이렇게 다섯인데, 이름만 들어도 그들의 작품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를만큼 유명한 이들이라 새로운 것이 무엇이 있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술이란 마치 인상파의 작품처럼 내가 그 작품을 대했을 때 어떤 상황이었고 나이였나 등에 따라 감상 포인트가 달라질 수도 있고 나에게 와닿는 느낌이 변할 수 있는 예술영역인지라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다. 게다가 이번에는 작품보다는 화가들의 인생에 초점을 두고 그들이 어떤 인생을 살았길래 이런 작품들이 탄생했는지를 보여주기에 화가들에게 개인적인 친밀감에 가까운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래도 목적이 스토리텔링에 있다보니 책에 실린 그림의 갯수가 많지는 않고 도판 역시 전문 미술 도서의 도판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니 저자의 이야기 중 등장한 그림들은 멋진 도판이 실린 다른 책들에서 찾아보면서 아니면 인터넷에서 검색하여 보기를 권해본다. 아니면 나도 아직 저자의 EBS 강좌를 보진 못했지만 책을 읽고 저자의 강좌를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다섯명의 화가로 끝내기에는 아쉬워 저자의 다른 책을 찾아보니 열 한명의 화가를 다룬 <내가 사랑한 화가들>이란 책이 있는데, '미술극장'에서 다룬 5명의 화가들 중 모네를 제외하고 다른 네 명은 모두 들어있는 걸 보니 정말 작가가 애정하는 이들인가 보다. 전문가의 시선을 걷어내고 본 화가들의 삶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라 극장에서 영화 한편을 감상하는 정도의 난이도로 읽어낼 수 있으니 따뜻한 커피 한잔 놓고 19세기 유럽의 미술 세계로 들어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