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 붉은 길에서 인문학을 만나다 - 맛, 향기, 빛깔에 스며든 인문주의의 역사
권은중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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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이탈리아 여행을 준비하면서 미친 듯이 책을 읽고 공부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비록 3주 정도의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준비된 자의 여유가 가져다 주는 뿌듯함을 만끽했던 시간들이었다. 여행은 마음가짐이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 내가 얼마나 오픈 마인드로 그 곳을 들여다보느냐에 따라 여행의 질이 달라지고 보고 듣고 배우고 오는 것들의 수준이 달라진다. 물론 내가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기도 하지만 개방성은 낯선 곳을 좋아하게 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저자는 볼로냐로 요리 유학을 떠나면서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도착한 날 날씨가 비가 오고 우중충하고 커다란 짐가방이 걸리적거렸을 지라도 그 잿빛 속에 숨어있는 볼로냐의 찬란한 붉은 색을 볼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볼로냐와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저자의 이야기이다. 나는 볼로냐를 가보지는 않았지만 이탈리아 역사를 공부하면서 대학의 성지로서의 볼로냐에 대해 알게 되었다. 저자의 이 책은 나의 볼로냐에 대한 지식을 업그레이드 해주었을 뿐 아니라 언젠가 이탈리아를 다시 가보겠다는 소망에 볼로냐를 추가하게 해주었다.


   저자가 볼로냐에 머물렀던 주된 목적이 요리였던만큼 저자의 볼로냐에 대한 예찬은 식재료와 음식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이탈리아 하면 저절로 떠오르는 파스타와 각종 햄 그리고 치즈, 와인, 커피 등이 그것인데, 특히 볼로냐의 이름을 딴 볼로네제 파스타와 관련된 이야기가 재미있다. 사실 음식이란 다른 장소로 퍼져 나가면서 그 곳에 맞게 변형되고 로컬화되는 것이 당연한데 그걸 못참는 이탈리아인들의 기질이 알만하다. 내가 일하는 회사에도 프랑스인들과 이탈리아인들이 많은데, 와인이나 치즈 같은 화제가 등장하면 여지없이 서로 내가 잘났네로 논쟁이 붙는다.


   볼로냐가 이탈리아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자유로움과 개방성을 중시했고 대학과 협동조합을 통해 '사상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를 만들어내고 지켜왔다는 사실은 볼로냐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키인 듯 하다. 고대 에트루리아인들의 DNA를 기반으로 다른 도시들과 차별화된 개성과 신념으로 무장한 도시 볼로냐, 미식의 수도라 불리울 정도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음식의 맛과 향과 빛깔을 발산하는 도시 볼로냐의 매력을 잘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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