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하포드의 세상을 바꾼 51가지 물건 - 새로운 것들은 어떻게 세계 경제를 변화시켰을까
팀 하포드 지음, 김태훈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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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원제는 51가지가 아니라 현대 경제를 만든 50가지라고 되어 있다. 팀 하포드의 현대의 경제를 만든 50개 시리즈는 원래 BBC의 라디오쇼와 팟캐스트 제목이었다. 방송은 시리즈 형태로 제작되었고 현재 시리즈2까지 나온 상태이다. 시리즈1에서 다루었던 것들이 2017년에 책으로 발간되었고 이번에 번역서로 나온 것은 시리즈2에서 다룬 것들을 담아낸 것인데 책의 실제 목차를 들여다보아도 50개가 아니라 51개이다. 이것은 바로 보너스 에피소드가 있기 때문인데 방송에 추가된 보너스 에피소드를 책에도 포함시킨 것이다. 재미있게도 보너스 에피소드는 팀 하포드가 6개의 최종 후보를 주고 청취자들에게 투표를 하여 결정한 것으로 영예의 당선 항목은 바로 '신용카드'였다고 한다. 그러니까 책은 본편의 50개와 보너스 편의 신용카드가 추가되어 51개가 된 것이다. 51개의 항목에도 불구하고 원제가 50개인 이유는 '50 things that made the modern economy'가 프로그램의 고유한 제목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책의 원제와 번역제목의 차이가 궁금증을 자아낼 경우에는 별도의 설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책은 흥미롭다. 그냥 신박한 발명품에 대한 잡학지식 정도인 줄 알았는데 (잡학 지식 정도라도 충분히 재미있었을 것이다) 51가지 물건들이 의외로 현대의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항목들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어떤 것들은 새로운 경제 이론을 출현시키기도 했고 어떤 것들은 처음 만들어진 의도와는 다르게 발전하면서 현대의 경제를 좌지우지하기도 했다. 물론 늘 그렇듯 어떤 이들은 이 발명품들이 가지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발빠르게 대처함으로써 큰 돈을 벌기도 했고 어떤 이들은 너무 앞서나간 나머지 자신이 만들어 낸 것이 미래에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될 지 알지도 못한 채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 51개의 항목들에는 물리적인 물건들도 있지만 고무경화법이나 태양광발전 등 기술적 성과를 나타내는 것도 있고 챗봇이나 알고리즘처럼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데이터를 응용한 기술을 지칭하는 것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챗봇이나 알고리즘 같은 것들은 현대 사회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뚜렷하고 잘 알려진 부분이라 흥미가 좀 덜했고 오히려 1800년대 말이나 1900년대 초, 중반에 등장한 항목들이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여러분은 통신판매 카달로그가 언제 등장했는지 아실라나. 지금은 방송으로 하는 홈쇼핑 혹은 인터넷 쇼핑이 대세이지만 조금만 기억을 더듬어 보면 집에 각종 쇼핑 카탈로그들이 우편으로 왔던 시절을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당시에는 통신판매라고 불렀다. 놀랍게도 이 통신판매는 1800년대 말에 등장했다. 비싼 매장 임대료와 중간 업자를 두지 않아 당시에는 '비현실적'이라고 불리는 가격에 물건들이 판매되어 해당 업체가 신문에 '사기업체'이니 조심하라는 경고까지 실리기도 했단다. 통신판매가 그저 물건을 판매하는 방식에 변화만 가져온 것이 아니라 농촌의 우편 서비스를 개선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그리고 여성들의 '생리'를 너무 불결하게 생각한 나머지 사회가 입에 올리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 생리대가 개발되었을 때 광고하고 판매할 방법이 없었다는 사실은 거의 쇼킹할만한 내용이었다. 게다가 지금도 여전히 그런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는 나라들이 있다니 그곳의 여성들이 불쌍할 따름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작은 물건들이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기술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새삼 느끼게 해 준 책이다. 우연으로 인해 생겨난 것도 물론 있지만 어떤 것들은 한 사람이 평생을 바친 끈질긴 노력으로 세상을 구하게 된 명성을 지니게 된 것이다. 미래의 팀 하포드 같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경제를 바꾼 50가지를 택한다면 어떤 물건들이 선택될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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