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횡단기 (리커버 에디션) - 세상에서 가장 황당한 미국 소도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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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빌 브라이슨의 영국 산책에 이어 미국 횡단기가 리커버 에디션으로 나왔다. <미국 횡단기>는 미국 소도시 아이오와 주 디모인 출신인 저자가 미국의 소도시 재발견이라는 목적으로 광활한 미국 땅을 동서로 횡단한 경험을 여행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저자가 진정 정착하고 싶은 완벽한 '모아빌(원래 영단어가 궁금해 찾아보니 Amalgam이었다)'을 찾았다고 확언하지는 않았지만 디모인의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느낀 평온함과 익숙함이 아마 진정한 모아빌의 조건이 아니었을까. 미국의 소도시 재발견이라고는 했지만 사실은 어린 시절 온 가족이 휴가를 떠났던 추억에 대한 애정이 강력한 동기가 된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를 비롯 가족들에 대한 유머스러운 표현은 아마도 지금은 더 이상 그런 여행을 할 수 없는 추억들과 가족에 대한 애정의 과잉 발현일 것이다. 이 여행기는 80년대 말에 쓰여진 거라 현재 미국의 소도시들의 인상과 다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원래 미국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인지라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보다는 저자의 입담을 즐기는 독서였다고 말하고 싶다. 게다가 네비게이션이나 휴대폰이 없던 시절에 지도와 가이드북만을 보면서 길을 찾아다녔던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만으로도 많은 공감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나에게는 미국의 그 끝없는 광활함이 매력적이었던 적이 없는 것 같다. 차 한대 다니지 않는 텅 빈 고속도로는 오히려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소도시들에 하나씩 있는 주유소, 카페, 식당 같은 곳의 이미지는 에드워드 호퍼의 고독을 상기시킨다. 게다가 각종 범죄나 총기 사건들의 스케일은 또 어떻고. 심지어 먹고 마시는 것마저 그 규모가 사람을 질리게 하는 면이 있다. 미국인은 과연 그런 것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단상을 이 책에서 엿볼 수 있다. 물론 빌 브라이슨은 오랫동안 영국에서 생활한지라 전적으로 미국인의 사고방식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빌 브라이슨의 여행기들이 대체적으로 비슷한 문체와 유머를 지니다보니 그의 여행기를 몇 권 읽고나면 조금은 식상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기욤 뮈소의 책을 두 세권 읽고 났을 때의 그런 느낌이랄까. 외모에 대한 조금은 불편한 유머도 여전하고 조금은 진지해도 될 법한데 그렇지 않은 것도 여전하다. 하지만 그의 이런 유머는 읽다보면 어느 정도는 비판의 의견을 표현하는 그만의 방식이라고 이해하게 된다. 미국의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일관성있게 비난을 표하고 관광업이 결부된 상술로 자연이나 도시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행위나 미국에서 점점 증가하고 있는 범죄 등에 대해서는 삐딱함과 빵 터지는 유머가 제대로다. 사실 예전에 영어공부한답시고 보았던 미국의 토크쇼나 스탠딩 코미디 등도 비슷한 맥락의 유머 코드를 가지고 있었던 걸 보면 미국 문화의 일종으로 생각해도 될 법 하다. 아, 물론 이런 몇가지만으로 일반화 하기는 올바르지 않을 지 모르지만.


   갑자기 그의 최근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30년 전의 세상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어떨지 궁금하다. 그래서 찾아봤더니 2019년에 출간된 <바디 : 우리 몸 안내서>가 그의 마지막 작품이고 2020년에 은퇴를 발표했다고 한다. 아쉽다. 코로나 이후 여행기 한 편 기대하고 싶었는데.


* 80년대 말에 씌여진 책에 도널드 트럼프가 등장한다. 최악의 몰취향을 지닌 부동산 개발업자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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