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안다고 믿는 것을 다르게 보는 법, 수학 - 슈퍼마켓에서 블랙홀까지
미카엘 로네 지음, 김아애 옮김 / 클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학창 시절을 가만히 돌이켜 보면 나는 '글'로 된 것을 좋아했다. 그것도 글이 많고 되새기면 되새길 수록 재미있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글들. 그래서 국어를 가장 사랑했고 이야기가 많은 세계사와 국사를 좋아했다. 수포자의 핑계일지 모르지만 그런 이유로 수학이 싫었다. 수학에는 내가 글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없었다. 도대체 이미 나와있는 답을, 답만 가려놓고 다시 풀라고 내는 학문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하지만 지금은 안다. 수학이란 그런 계산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그저 수학의 아름다움을 철저히 무시한 교육이 잘못이라는 걸.


   <잘 안다고 믿는 것을 다르게 보는 법, 수학>은 나처럼 수학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가진 혹은 가졌던 이들을 위한 일종의 항변이라고 할 수 있다. 거 봐, 수학도 충분히 재미있고 알고 보면 너의 일상에 여기저기 관여하고 있는 학문이거든! 이라고. 슈퍼마켓에서부터 너가 좋아하는 천문학까지 수학이 관여하지 않은 분야는 없다니까! 그래 그래 알았다고, 미안하다고! 이 책은 바로 수학과 이런 대화를 나누게끔 만들어준다.


   수학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은 훨씬 더 많은 곳에 자리잡고 있지만 저자는 그 중 세계를 움직였거나 우리의 일상에 놀랍도록 자리잡고 있는 법칙 5개를 골라 무대에 올린다. 독자는 저자가 잘 기획하고 만들어놓은 공연을 감상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공연이 끝나면 당연 기립박수! 도 잊지 말고.


   슈퍼마켓에 진열된 물건에서 발견하는 벤퍼드의 법칙만으로도 놀라운데, 곱하기 방식으로 사고하도록 되어있는 우리의 직관과 거기에 끼어든 인위적인 더하기 사고의 충돌, 그리고 벤퍼드 법칙에 숨겨진 곱하기 세상과의 놀라운 연관성은 진짜 감탄을 넘어 감동이었다. 이어서 '무한'의 개념에 대한 부분은 경이로웠다. 이 세상은 무한이 있기 전과 후로 나뉘는 것이 확실하다! 무한이라는 개념이 처음 머릿속에 떠올랐을 때의 느낌은 어땠을까. 세상은 3차원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사실은 프랙털차원에 가깝다니, 내가 사는 세상이 무한의 세상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유클리드 기하학의 제5공준처럼 수포자가 이해하기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기는 했지만 공연의 대미는 내가 좋아하는 천문학이라서 앙코르를 외치며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요런 책은 시리즈로 나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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