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식당 개성밥상 - 고려의 맛과 멋이 담긴
정혜경 지음 / 들녘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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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역사하면 보통 조선시대부터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도 기록이 가장 많이 남아있어 각종 문화 컨텐츠들이 이 시대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많은 이유도 있을 것이다. 특히 현재 남아있는 고려시대의 기록은 이씨 왕조의 쿠테타를 정당화 하기 위한 작업으로 왜곡된 승자의 기록인지라 실제 고려 시대의 기록물은 많지 않음이 안타깝다. 정치 싸움의 희생양이 되어 사회 및 문화 전반에 대한 남아있거나 연구된 바가 없는 것도 그렇지만 지금은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이 우리가 갈 수 없는 북한에 있으니 앞으로도 고려의 역사가 연구 대상이 될 기회가 있을 지 의문이다.


   부모님 두 분이 모두 북쪽에 고향을 둔 저자는 이러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해 고려의 문화, 그 중에서도 개성의 음식 문화를 연구하고 보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개성 상인'이라는 말이 증명해 주 듯 예로부터 개성은 상업이 활발하였고 그 결과로 오고가는 돈이 많았다. 그리하여 사치스러움과 엘리트 의식이 음식 문화에도 반영되어 개성만의 독특한 음식 문화가 발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쉽게도 풍부한 문헌이 없어 개성의 모든 음식문화를 아우르기는 어려우나 남아있는 문헌과 개성 출신의 작가나 요리연구가 등이 남긴 작품이나 요리집을 통해 개성밥상의 흔적을 전달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작품이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고려 시대의 문헌이 '쌍화점'이라는 것이 재미있다. '쌍화점'은 고려시대의 가요인데 아마도 학교 다닐 때 제대로 된 국어선생님을 만났더라면 이 재미있는 가요를 접할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쌍화점'은 만두가게라는 뜻인데, 충렬왕의 기이한 취미를 (물론 충렬왕이 그렇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사정이 있었지만) 간파한 오잠이라는 자가 기생들이 남장을 하고 추는 춤에 노랫말을 붙이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쌍화점'이다. 잠시 딴데로 샜지만, 저자는 바로 이 '쌍화점'이라는 가요를 통해 당시 고려에는 회회아비, 즉 이슬람 상인들이 와서 만두가게를 차리고 술을 팔았을 정도로 국제적인 교류가 활발하였고 이러한 점이 고려의 음식문화에도 영향을 미쳤음을 이야기한다. 쌍화점을 시작으로 '고려의 주신'이라 불리웠던 이규보의 시와 목은 이색의 글을 통해 개성의 음식들을 소개하고 개성 출신인 박완서님의 소설 <미망>과 수필가 마해송님의 작품 속에서, 그리고 개성 음식을 다룬 다양한 요리책을 인용하여 개성 음식의 원형을 찾는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수많은 먹방이나 음식관련 콘텐츠가 넘쳐나는 것이 비단 현재의 트렌드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에도 귀한 식재료나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그걸 글로 남겼다는 것이 흥미롭다.


   통일이 되면 개성 만월대 근처에 작은 밥집을 내고 싶다는 저자의 소망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개성의 음식을 글로 남겼던 이규보, 이색, 황진이, 회회아비, 그리고 소설가 박완서님을 위한 밥상으로 차려냄으로써 그들과 그들이 남긴 개성의 음식에 대한 오마주를 완성한다. 실제 재현한 음식 과정이나 사진이 있었더라면 훨씬 좋았겠지만 (사실 설명만으로는 어떤 음식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고려의 수도로 군림했던 위풍당당 개성의 음식들을 다양한 기록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는데 의미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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