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명화로 보는 셰익스피어 - 베스트 컬렉션 5대 희극 5대 비극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은경 옮김 / 아이템하우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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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백하자면 학생 시절 셰익스피어는 나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다. 아무래도 희곡이다보니 어딘지 모르게 과장된 느낌의 문체도 거슬리는데다가 인물들의 극단적인 감정의 세계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든 작품들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마음을 후벼파기 시작하더니 셰익스피어가 노골적으로 보란 듯이 드러내던 풍자와 은유 속 인간의 본성과 실체가 와..인간은 진짜 안변하는구나를 느끼게 해주었다. 특히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라고 일컫는 햄릿, 맥베스, 오셀로, 리어왕은 어찌보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감정인 욕망, 의심, 질투, 욕심 등이 잘못된 방향으로 조금만 삐끗해도 얼마나 거대한 비극의 구렁텅이로 떨어지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정말이지 16세기나 21세기나 인간이란 존재는 이렇게 한결 같을 수가 있나. 물론 '말괄량이 길들이기' 같은 작품은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불쾌한 작품이긴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상당 수의 작품이 만세에 통하는 이야기라는 걸 부인하기는 어렵다.


   이 책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5개의 비극(4대 비극에 더해 로미오와 줄리엣까지)과 5개의 희극(베니스의 상인, 한여름밤의 꿈, 말괄량이 길들이기, 십이야, 뜻대로 하세요)을 화가들이 그린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그림들과 함께 수록하였다. 10개 작품의 전문을 수록한 건 아니지만 내용을 파악하는데는 무리가 없을만큼의 분량이라 충분히 재미있게 읽고 감상할 수 있다. 기대했던 것 보다는 그림이 많지는 않았지만 라파엘 전파 이외의 화가들이 그린 다양한 그림들을 훌륭한 도판으로 볼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그래도 역시, 셰익스피어하면 라파엘 전파들의 그림들이 단연코 돋보인다. 특히 밀레이의 <오필리아>는 수십번을 봐도 최고다.


   그림 뿐만 아니라, 실제 연극 속 장면들도 실려 있어 사실감을 더한다. 런던의 글로브 극장에서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직접 관람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별이 빛나는 밤에는 '한여름 밤의 꿈'을, 번개와 천둥이 내려치는 밤에 '멕베스'나 '햄릿' 같은 작품을 보게 되면 기립박수가 절로 나오지 않을까.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비극이 더 많이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희극 역시 다양한 신화와 설화에서 차용한 내용들이 많아 흥미롭다. 이 세상은 하나의 무대이며 우리 모두는 한 평생 여러 역할을 맡는 배우로 세상이라는 무대에 등장하고 퇴장한다는 '뜻대로 하세요'의 대사처럼 인생의 희로애락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어진다. 이토록 철학적인 결론에 도달하게 만드는 셰익스피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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