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러시 - 우주여행이 자살여행이 되지 않기 위한 안내서
크리스토퍼 완제크 지음, 고현석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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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는 과학의 영역인데, 자꾸 SF가 먼저 떠오른다. 아마도 인간이 다른 과학의 영역에서 이룬 성과보다 우주라는 곳에 대해 알게 된 사실이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 때문일까. 이 책은 공상과학이 아닌 르뽀다. 무한한 우주의 공간에 대한 상상의 나래가 아니라 우주에 관해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 인류가 우주에 남긴 흔적들과 우주에 관해 알게 된 사실을 상세히 설명하고 진정 우주로의 여행이나 이주를 꿈꾸고 싶거든 이런 것들은 고려해야만해 라고 알려준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패러디한 듯한 '우주 여행이 자살 여행이 되지 않기 위한 안내서'라는 부제도 재미있다.


   인간이 달에 경쟁적으로 사람들을 보냈던 건 미국과 소련의 정치적 싸움이었음을 이제는 안다. 그리고 미국이 인간의 발자국을 먼저 달에 찍음으로써 그 싸움에서는 승리했지만 그 이후로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우주로의 발걸음을 포기하다시피 해 인류는 더 이상 우주에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지구에서는 언젠가 인류가 지구를 떠나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비해 이런 저런 실험들을 하고 있었고 이제는 일론 머스크 같은 민간인들이 적극적으로 우주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이 화성을 놓고 새로운 싸움에 시동을 걸고 있는 덕분에 미국의 경쟁심을 다시 자극하고 있다니, 달을 놓고 소련과 경쟁하던 그 그림이 화성을 놓고 다시 그려질 지 궁금하다. 과연 본격적인 우주 전쟁의 2막이 시작되는 것일까.


   이 책은 우주에 관한 순수한 학문적 관점보다는 인간이 우주에 과연 새로운 식민지를 세워 정착할 수 있을까라는 부분에 초점을 둔다. SF 책이나 영화에서 보던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까라는 것인데, 실제 앤디 위어의 <MARS>나 아이작 아시모프의 작품들 속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예로 들어가며 설명하기도 하고 나사를 비롯 각국의 우주 관련 기관들에서 행해지고 있는 흥미로운 실험들에 관한 이야기도 덧붙인다. 태양계의 행성들이 인간이 살기 위한 곳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들이 우선되어야 하는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지에 대해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일들을 구분하여 설명한다.


   한가지 씁쓸하면서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은, 인간은 결코 순수한 의도로 태양계의 다른 행성으로 진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거다. 정치적 목적이거나 자원 채취 같은 경제적 이득을 위한 목적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는 점이다. 한때 유럽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신대륙을 발견하고 식민지를 세웠던 것처럼 말이다. 우주의 행성들이 그럴 가치가 있다고 증명이 되면 우주조약 따위는 쉽게 파기될 것이다. 단지 작은 위안이라면 아직까지 우주의 행성들에게서는 인간이 파괴할만한 생명이나 문명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정도랄까. 하지만 우주에 어떤 보이지 않는 질서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 질서에 인위적인 무언가가 개입되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누가 알겠는가. 어쨌든 내가 사는 시대에 그런 일은 없을 듯 하니 안심하고 SF에서 재미를 찾는 것으로 만족하는 삶을 이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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