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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
박균호 지음 / 소명출판 / 2021년 1월
평점 :
읽는 속도가 사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인터넷 서점에 올라오는 신간 소식은 매혹적이다. 그러다보니 신간으로 샀지만 읽지 못해 어느 새 구간이 되어버린 책들이 넘쳐난다. 그들에게 늘 미안해 하면서도 멈출 수가 없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책장 파먹기' 일명 '책파'를 하기로 했다. 일년에 읽을 수 있는 책은 약 100여권 남짓, 여기에서 3분의 1은 책장에 잠자고 있는 오래된 책들을, 3분의 1은 신간을, 그리고 3분의 1은 충동적 선택이나 여기저기 낚시로 걸려든 (책 속의 책이나 다른 이들의 글이나 추천에 의한) 책들을 읽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책으로 읽었던 책이 박균호님의 <오래된 새 책>이었다. 책사냥과 수집에 관한 이야기, 독자들의 요구에 따라 재출간된 책들 이야기, 희귀본이 된 책들 이야기가 중심이었는데 꽤 재미있어서 그 두번째 이야기가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얼마전에 바로 이 책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이 짜잔~ 하고 등장했다. 사실 <오래된 새 책>이 2011년에 출간되었으니 10년만에 나온 책인데 (찾아보니 그동안에 저자님은 다른 책들을 여러 권 내셨더라) 나에게는 그저 몇개월만에 새 책이 나온 것처럼 느껴진다.
이번 책은 책에 관한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더 풍부하게 담겨있다. 특히 내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진귀한 책들 뿐만 아니라 실제 내 책장에 자리잡고 있는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꽤 있어서 흐뭇한 마음으로 그 아이들을 쓰다듬으며 책을 읽기도 했다. 영문학을 전공한 덕분에 반강제적으로 읽은 <율리시스>가 비록 머릿속에 남아있는 건 없다고 치더라도 스스로 자랑스러워해도 될 것 같은데다가 가지고 있는 판본의 17장에 '파리똥'이 자랑스레 자리하고 있으니 마땅히 기뻐해도 될 듯 하다. 전권은 아니지만 주석달린 책들 시리즈와 아셰트 클래식 시리즈를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출판사가 해당 시리즈를 계속 발간해주었으면 했는데 그래서, 이 시리즈에 관한 저자의 언급이 반가웠다.
같은 책을 두번 산다거나 집에 어떤 책이 있는지 다 알고 있지 못한다는 사실, 같은 작품이라도 판본에 따라 소장하고 싶은 욕망, 시리즈물의 완결에 따라 제공되는 북케이스를 정작 진짜 애독자들은 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 등에 대한 에피소드도 공감!을 외치며 읽게 된다. 이 외에도 책에 얽힌 스토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놓치면 아쉬울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하니 (이 책을 지금 읽는다면 살 수 있는 책을, 나처럼 10년 묵혔다 읽으면 못사게 될 수 있으니 주의! 이미 한권은 중고로 살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적절한 중고가격이어서 다행) 읽어보면 좋겠다.특히 <성문종합영어>의 송성문 선생님의 이야기는 감동감동. 절판본 중고로 내놓으신 분들이 이 이야기를 좀 읽어보셨으면 하는 바람도.. '그래봤자 책'인데... 이렇게 말하면 '그래도 책'이다 라는 답변이 들려오겠지?
* 작년 10월에 올린 <오래된 새 책> 리뷰를 작가님이 읽으시고 본인의 서재에 언급하신 글을 이제야 봄. 게다가 본인의 후속 책이 나왔다며 친히 보내주시겠다고 댓글 달아주셨음. 감격에 몸둘바를... 하지만 이미 책을 가지고 있어서 아쉽아쉽.. 순간 그냥 받을까 하는 유혹도 있었다는건 안비밀 ㅋ. 앞으로 작가님 팬 하겠음.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