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미드나이트
릴리 브룩스돌턴 지음, 이수영 옮김 / 시공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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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이유에서인지 인류가 순식간에 멸종된 듯 하다. 북극의 천문 기지에 있던 칠십대의 어거스틴 박사는 대피를 거부하고 홀로 북극에 남기를 선택한다. 디스토피아를 다루었나 싶지만 아니다. 목성을 다녀오는 약 2년간의 긴 여정을 마치고 지구로 귀환하는 에테르호에는 전파 통신을 담당하는 설리를 포함해 여섯명의 대원이 타고있는데 지구로부터의 통신이 끊긴지 오래다. SF 소설인가 싶지만 아니다.


   이 작품은 북극과 우주라는 거대하고 환상적인 배경을 선택하기는 했지만 결국 인간에 관한 이야기이고 인간사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생존하기 위한 수많은 교육과 가르침을 받고 각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목표와 가치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간다. 하지만 세상이 갑자기 종말을 맞이했을 때, 그동안 받아온 가르침과 추구하던 목표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북극 천문 기지를 홀로 지키던 어거스틴은 갑자기 나타난 아이리스라는 어린아이를 통해 세상의 종말 앞에서, 생의 마지막에서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볼 기회를 갖는다. 설리를 비롯 에테르호의 대원들은 위기상황에 대비한 그 어떤 가상 훈련 시나리오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세상의 종말이라는 위기 속에서 '지구로의 귀환'이라는 목표가 갖는 의미를 상실한 채 흔들린다.


   철학적 메시지가 담겨있는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비극이기도 하고 희망이기도 하다. 나름의 반전과 잘 짜여진 구조를 갖춘 작품이다. 이 작품을 원작으로 조지 클루니가 감독하고 출연한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를 주말에 볼 예정이다. 북극과 우주라는 생각만해도 빼어난 영상미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책이 지닌 철학적 메시지와 세상의 종말을 마주한 이들의 심리적 동요를 영화가 얼마나 잘 구현했을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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