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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에디션 제인 에어
구예주 지음, 서유라 옮김, 샬럿 브론테 원작 / 21세기북스 / 2021년 1월
평점 :
<제인 에어>는 어렸을 때부터 여러번 읽은 고전 중 하나이다. 브론테 자매의 작품 중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은 나의 애정 작품으로 손꼽는다. 그들이 단명하지만 않았어도 위대한 작품들이 더 많이 나왔을텐데라는 안타까움이 늘 자리한다. <제인 에어 일러스트 에디션>은 <제인 에어>를 중요한 사건들 위주로 발췌하고 재해석하여 일러스트까지 곁들인 일종의 편집 창작물이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일러스트 에디션!
아무래도 요약본이다 보니 원문의 문장들이 주는 (번역본이라 하더라도) 본연의 느낌은 나지 않는다. 잘 쓴 글들은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문장 하나하나가 울림이 있기 마련인데 이런 요약본에서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으로는 안성맞춤으로 생각된다. 특히 아름다운 색감의 그림들이 인상적이다. 로체스터는 책이 묘사하는 내용에 비해 너무 순하고 잘생긴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ㅎㅎ 편집되고 재해석된 이야기들은 중요한 부분은 놓치지 않고 발췌를 하였기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도 좋은 편이다. <제인 에어>를 아직 안읽어본 독자라면 이 책으로 제인 에어의 세계에 입문해도 좋겠다.
매번 기숙학교가 나오는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궁금한 건, 정말 그 시대에는 기숙학교가 그렇게 끔찍했을까라는 것이다. 기숙학교가 나오는 작품 치고 기숙학교를 좋게 묘사한 작품들은 매우 드문 듯 하다. (해리포터의 기숙학교는 예외이지만!) 다행히 제인 에어가 다니던 기숙학교는 전염병이 휩쓸고 지나간 후 그 몹쓸 환경이 세간의 이목을 받으면서 개선되었고 자신이 다니던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기까지 했다. 실제 제인 에어의 이야기는 작가인 샬럿 브론테 자신의 일생을 투영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유일한 친구였던 헬렌이 전염병으로 죽고 존경하던 템플 선생님이 결혼으로 학교를 그만두자 제인은 자신 역시 로우드 기숙학교에서만의 경험으로는 만족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가정교사직을 구하는 광고문을 쓰게 된다. 그 시대에 이런 결심은 쉽지 않았을 거라는 게 충분히 이해된다. 그 이후 손필드에서 그녀가 경험한 일들과 느낀 감정들 그리고 그녀의 선택은 아마도 샬럿 브론테가 살고 싶었던 인생이었을 것이다. 올해가 지나기전에 <제인 에어>를 다시 한번 읽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