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 고대~근대 편 - 마라톤전투에서 마피아의 전성시대까지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빌 포셋 외 지음, 김정혜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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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사실 역사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인생에 만약은 내가 가지 않은 길이다. 그리고 그 가지 않은 길에 대해 남아있는 건 후회가 가장 많지 싶다. 하지만 그 후회라는 건 그저 막연한 짐작일 뿐 어느 누구도 '만약'이라는 가정의 진짜 결과를 알지는 못한다. 이 책은 역사 속에서 '만약'을 외치고 싶을만한 순간들에 대한 기록이다. 국내 번역 제목은 '흑역사'라고 했지만 원제로 보자면 '헛발질'에 더 가깝다. 역사라는 행진 속에서 했던 무수한 헛발질에 대한 기록이다. 만약 그 헛발질이 제대로 된 발걸음이었다면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흥미로운 상상을 담았다.


   이 재미있는 가정은 고대에서 근대편과 현대편으로 나뉘는데 이 책은 고대에서 근대편의 헛발질 50가지를 다루었다. 근대라고 해도 제2차 세계대전까지 다루고 있으니 근현대까지 다룬 셈이다. 내용 대부분은 주로 전투와 전쟁에 관한 것이라서 '만약'이라는 가정이 이루어진다면 아마도 세계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될만한 큼직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런 헛발질의 한가지 공통된 흐름이 있다면 세계의 역사를 좌지우지할만큼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어놓은 사건들이 대부분은 한 개인의 사소한 판단 혹은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보호 동맹의 조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절단으로 인해 100년 넘게 지속될 전쟁이 발발하거나 개인의 조급증으로 한 왕조가 멸망하거나 식민지의 문화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 부족으로 독립운동이 촉발되었다거나 200억명의 신앙을 바꾸어버린 결과를 초래한 이혼 등, 세계의 역사가 한 개인으로 말미암아 지금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흑역사라고는 했지만 사실 한 개인이나 국가의 입장에서 흑역사일 뿐이지 인류 전체를 놓고 보자면 천만 다행인 사건들도 제법 있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의 역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이야기가 두 편 실려있는데 하나는 1274년에 실패한 여몽연합군의 일본 정벌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을 이순신 장군이 막아낸 임진왜란이다. 물론 저자의 '만약'은 일본이라는 나라에 집중되어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가 예나 지금이나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지정학적인 포로 신세'라는 말이 너무 정곡을 찔러 씁쓸했다.


   절대 되돌릴 수 없는 역사 속 헛발질이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서 그 헛발질을 멈추게 하고 싶은 순간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은 인생이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걸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 인간들아, 역사 앞에서 겸허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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