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우스 로마사 3 - 한니발 전쟁기 리비우스 로마사 3
티투스 리비우스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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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지성에서 출간한 리비우스 로마사가 4권을 마지막으로 드디어 완간되었다. 리비우스는 기원전 59년부터 기원후 17년까지 살았던 사람으로 실제 로마 시대의 인물이며 그의 <리비우스 로마사>는 로마 건국의 시기라고 알려진 기원전 753년부터 기원전 9년까지를 총 142권의 두루마기 책으로 기록하였지만 (그가 더 오래 살았다면 더 많은 역사가 기록되었을 것이다) 대부분 소실되고 현재는 35권만 남아있다. 2년전쯤 1권에서 5권까지를 다룬 <리비우스 로마사 I>권을 읽었는데 2권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3권을 집어든 이유는 바로 '한니발 전쟁기'라는 제목 때문이다. 한니발하면 코끼리 부대를 이끌고 한겨울에 알프스 산맥을 넘어 이탈리아로 넘어간 것으로 아주 유명한 인물이며 한니발 전쟁기라 함은 한니발의 조국인 카르타고와 로마와의 전쟁인 제2차 포에니 전쟁을 의미한다. 제1차 포에니 전쟁을 다룬 기록이 남아있더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 부분은 소실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리비우스는 2차 포에니 전쟁을 다루면서 그보다 한시대 앞선 폴리비오스의 <역사>를 많이 참고하는데 폴리비오스는 실제 2차 포에니 전쟁에 참여했던 인물들의 말년 인생과 겹친 시기에 살았던 인물이기 때문에 그의 역사서는 신뢰할만 하기 때문이다. 역자 역시 많은 주석에서 폴리비오스의 <역사>를 참고하였음을 후기에서 언급한다.


   2차 포에니 전쟁에 관한 부분은 21권에서 30권까지 차지할 정도로 방대한 분량이며 번역본으로 약 1000페이지에 달하는지라 처음 책을 받았을 때 그 위상에 움찔했으나 읽기 시작하니 마치 흥미진진한 역사 소설을 읽는 것처럼 쭉쭉 읽어나갈 수 있었다. 리비우스의 문체가 그만큼 지루하지 않은데다가 위트와 유머가 섞인 그만의 시각이 2천년 전에 살았던 인물의 언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만큼 재미있었다. 이는 번역자의 공로도 한 몫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학창 시절 세계사 시간을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2차 포에니 전쟁을 유명하게 만든 칸나이 전투와 자마 전투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칸나이 전투는 이탈리아 칸나이 지역에서 벌어진 한니발이 로마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두었던 전투이고 자마 전투는 카르타고 땅에서 벌어진 스키피오가 한니발을 물리치고 2차 포에니 전쟁을 끝낸 마지막 전투이다. 리비우스는 한니발이라는 뛰어난 지략과 전투력을 겸비한 군사 천재가 칸나이에서 대승을 거둔 후 로마로 바로 진군하지 않았던 것과 카푸이에서 겨울을 나면서 병사들의 군기가 해이해 진 점이 결국 로마를 정복하지 못한 뼈아픈 실수라고 지적한다. 물론 로마로서는 다행이었지만. 아버지와 삼촌을 카르타고와의 전투에서 모두 잃은 스키피오가 젊은 나이에 스페인 전역에서 카르타고인을 몰아내고 결국 자마 전투에서 한니발을 상대로 승리함으로써 '스키피오 아프라키누스'라는 영광스런 칭호를 받기까지의 기록은 정말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특히 스키피오의 전쟁 패전국을 상대하는 방식과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충고할 때 보여준 인품은 놀라웠다. 결국 리비우스 로마사 3권은 한니발과 스키피오라는 두 인물을 중심으로 한 전쟁기라고 볼 수 있다. 그에 더해 로마가 오랫동안 강대국으로 맹위를 떨칠 수 있었던 근간이 된 정치 체계와 로마군의 군사적 지휘 체계, 그리고 당시 동맹국들과의 관계 등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담겨있어 큰 공부가 되었다. 제2차 포에니 전쟁 전까지는 로마가 주변 부족들과 무수한 전쟁을 치르고 승리하면서도 부족들의 자율권을 보장하고 동맹으로서 대우했지 속국이라는 개념이 없었는데 이후에는 전쟁으로 정복한 지역은 모두 속주로 삼고 세금을 거두는 '제국주의'로 전환된 건 카르타고에서 배운 악습이라는 관점이 흥미로웠다. 아직 읽지 않은 2권과 4권은 올해 안에 읽는 것을 목표로 해야겠다. 폴리비오스의 <역사>도 소실된 부분이 많긴 하지만 번역본으로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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