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도시 이야기 허밍버드 클래식 M 5
찰스 디킨스 지음, 김소영 옮김 / 허밍버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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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의 첫번째 책으로 선택한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이건 반칙이다. 아무리 작가라도 이렇게 글을 잘 써도 되는건지. 모든 문장 하나하나에 풍자와 유머와, 좀 식상한 표현이지만 심금을 울리는 표현들이 가득하다. 영국인들이 셰익스피어만큼 사랑하는 작가가 찰스 디킨스라더니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완전 인정! 작가 자신이 '내가 썼던 작품 중 최고의 이야기'라는 자부심을 가져다더니 괜한 허풍이 아니었다.


   19세기가 가까와오던 18세기 유럽, 그 중에서도 두 나라, 영국과 프랑스는 강대국이라 불릴지언정 일반 평민들에게 살기 좋은 곳이 아니었다. 왕과 귀족들의 횡포와 사치는 극에 달했고 평민들은 가난과 굶주림에 허덕였으며 사방에 강도떼들이 더 훔쳐갈 것도 없는 이들의 주머니를 털었으며 사형 집행자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던 시대였다. 작가는 그 중에서도 영국과 파리라는 두 도시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파리의 바스티유 감옥에서 억울한 누명을 쓰고 18년간 옥살이를 한 남자가 있다. 18년간의 독방 생활로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정신을 놓아버린 한 남자는 사실 파리에서 명망 높았던 마네트 박사였는데 영국의 텔슨 은행 직원 로이와 마네트 박사의 하나뿐인 딸 루시 그리고 과거 마네트 박사의 하인이였던 드파르주에 의해 구출되어 영국으로 오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인생에 망명한 프랑스 귀족 찰스 다네이와 변호사 시드니 카턴이 끼어들면서 모두의 인생 앞에 파란만장한 역사가 펼쳐지게 된다. 작품은 어느 정도는 추리소설의 기법을 사용하고 있어서 읽는 내내 긴장감이 맴돈다. 마네트 박사는 어떤 누명을 썼길래 18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는지, 찰스 다네이는 왜 프랑스 귀족의 권리를 포기한 채 영국에서 가정교사를 하고 있는지, 드파르주 부인은 왜 그렇게 뜨개질에 집착하는지, 찰스 드네이와 놀랍도록 얼굴이 닮은 시드니 카턴의 루시를 향한 사랑은 어떻게 될런지 등 독자는 책을 읽는 동안 생각할 거리가 많아진다.


   게다가 이 소설은 그저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프랑스 왕정의 부패를 견디다 견디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민중들이 일으킨 프랑스 혁명이라는 엄청난 역사적 사건을 진지하면서도 위트있게 다룬다. 혁명으로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정을 세운 이들은 과연 민중을 위해 몸 바쳐 일했을까? 로베스 피에르의 공포 정치를 기억해 보자. 자신 역시 언제 자기가 죽인 왕과 같은 꼴이 될 지 몰라 말도 안되는 죄목으로 약 2년이 안되는 기간에 2만여명의 사람들을 '라 기요틴'에서 목을 잘라 처형하는 괴력을 보여준다. 민중들은 어땠을까? '자유, 평등, 박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외치던 그들이 오히려 혁명의 '자기 파괴적인 복수'에 사로잡혀 광기어린 군중심리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우매함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여전히 사랑과 헌신에 관한 이야기이다. 고객의 일이라면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고 끝까지 신의를 지키는 텔슨 은행의 로이를 통해, 어렸을 때 돌아가신 어머니가 박사에게 약속한 '순수한 속죄'를 끝까지 지키고자 했던 찰스 다네이를 통해, 18년간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가 제 정신이 아닌 상태로 자신 앞에 나타났을 때 그를 극진히 돌봐주던 루시 마네트를 통해, 찰스가 무고한 혐의로 죽음의 문턱에 있을 때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그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마네트 박사를 통해, 가장 숭고한 죽음으로 희생이 무엇인지 보여준 시드니 카턴을 통해, 그리고 그 숭고한 희생을 자손 대대로 마음 속에 간직하고 기리는 이들을 통해, 작가는 진정한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결국 눈물나게 만드는 작가라니. 진짜 반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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