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이 그림 여행 - 화가의 집 아틀리에 미술관 길 위에서 만난 예술의 숨결
엄미정 지음 / 모요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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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한 해는 정말 특별한 한 해였다. 코로나19라는 신종 바이러스 하나로 인해 온 세계가 발이 묶여버렸으니 여행을 좋아하던 사람들에겐 특히 치명적인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먹고 살 일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여행을 못가는 건 투정에 불과할 지 모르겠다. 그래도 떠날 수 있을 때 떠났던 사람들을 부러워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후회없이 그림 여행'이라니 부러워 할만하지 않은가.


   보통 우리가 화가들의 발자취를 쫓는 것의 시작은 미술관이다. 책에서만 보던 그들의 작품을 실제로 보았을 때의 그 감동은 단어 몇개로 표현하기 어렵다. 미술관들을 몇번이고 신나게 돌아다니고 나면 화가들이 그렸던 그림의 배경이 되는 곳이나 화가들의 자취가 깃든 장소를 가보고 싶어지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들이 봤던 풍경을 나도 보고 싶고 그들이 그 장면을 그렸을 때의 감동을 조금이나마 느껴보고 싶은 건 그림을 좋아하는 이들의 로망이지 않을까. 저자 역시 그랬다. 이 책은 실제 화가의 길이 남아있는 경우도 있고 그저 그들의 발자취를 쫓아 가기도 했던 저자의 기록물이다.


   저자의 애정을 받은 화가들은 뒤러, 페이메르, 클림트, 조토, 앙귀솔라, 카라바조, 엘 그레코, 모네, 고흐, 세잔, 시냐크, 마티스인데 사실 그들의 행적을 온전히 밟았다고 하기에는 좀 아쉬운 면이 많았다. 뭐랄까, 이런 여행을 계획한 것 치고는 준비가 부족했던 부분이 있었다고나 할까. 여행이란 사실 돌발적인 부분이나 예상치 못한 일들이 있기 마련이라지만 독자들에게 저자처럼 '후회 없는 그림 여행'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가 되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고 소개된 작품들도 온전한 화가의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가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나의 감성을 풍성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저자가 걸어간 곳들의 많은 부분을 나 역시 걸었지만 누군가가 그 감정을 공유할 때면 여전히 흥분을 감추기 어렵다. 계속해서 미술 관련 책들을 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가 받았던 위로를 누군가도 똑같이 받았으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 감정을 되살려주기 때문이다. 언제나 다시 가볼 수 있을까. 그래도 먼저 떠났던 날들을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기억을 더듬어 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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