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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더브레 저택의 유령
루스 웨어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12월
평점 :
간만에 읽은 미스터리물인데 순식간에 읽어버릴 정도로 몰입도가 좋았다. 이야기는 자신이 돌보던 아이를 살해한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되어 재판 날짜를 기다리는 아이돌보미가 변호사에게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쓴 편지로 시작한다. 아니, 이야기 전체가 편지로 시작해서 편지로 끝난다. 발단은 런던의 한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하는 여성이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에 위치한 대저택인 헤더브레 저택에 사는 엘린코트 집안에서 연령대가 갓난아이에서 10대까지인 아이 4명을 돌볼 입주 아이돌보미를 구한다는 일자리 공고였다. 게다가 조건은 누구나 혹할만한 좋은 조건이었다.
국내출간 제목이 <헤더브레 저택의 유령>이라 마치 시대적 배경이 빅토리아 시대 정도로 생각했으나 시대적 배경은 현재이고 원 제목은 The Turn of the Key이다. 원제는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꽤나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면접까지 합격 후 드디어 아이 돌보미로 가게 되는 로완은 런던의 생활과는 비교할 수 없는 헤더브레 저택의 고급스러움에 반하지만 일하기 시작한 지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불쾌하고 기이하며 이해하기 힘든 일들을 마주하게 된다. 아이들과 가정부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신에게 적대적이고 사장으로부터는 노골적인 성희롱을 당한다. 운전기사이자 잡역부인 잭은 친절한 것 같으면서도 무언가 숨기는 듯 하고 정원에는 저택의 전 주인이 만들었다는 독초가 자라는 정원이 있고 그 독초로 인해 한 여자아이가 죽었다는 소문이 전해진다. 무엇보다 무시무시한건 오래된 저택을 최첨단으로 개조한 집 곳곳에는 감시 카메라가 있고 집안의 모든 것이 스마트 기기의 앱으로 조절된다는 점이다.
과연 아이 돌보미는 자신이 주장한대로 매디를 죽이지 않았을까. 그녀가 죽이지 않았다면 누가 그랬을까. 이 소설에는 적어도 3번의 허를 찌르는 반전이 있다. 게다가 결말까지 독자가 짐작하는 대로 끝나지 않는다. 아마존 선정 베스트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라는 문구가 하나도 오버스럽지 않은 작품이다. 그녀의 전작들을 욕심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