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조 하늘 부서진 대지 3부작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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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세상이 끝나는 방식이란다


   '부서진 대지' 3부작이 드디어 완결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조바심과 불안함이 있었는데 이 멋진 작품이 이제 끝나버린다는 아쉬움과 결말에 대한 초조함이 원인이었다. 가끔 아주 대단한 작품이 결말이 아쉬웠던 적이 몇번 있었던 탓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서진 대지' 3부작은 완벽했다.


   2부에서 우리는 스톤이터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대략적 힌트를 얻었고 이 세상에 계절이 시작된 이유가 대지가 자식인 달을 잃어버려서라고 짐작했다. 호아는 에쑨에게 달을 대지에게 돌려주고 대지의 분노를 가라앉혀 계절을 끝내라고 부탁하고 나쑨의 스톤이터인 스틸은 나쑨에게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샤파의 영생을 미끼삼아 이 세상을 끝장내버리라고 말한다. 에쑨과 나쑨의 물리적 거리가 점점 좁혀지는만큼 그들의 심적 거리는 점점 멀어진다.


   3부에서는 드디어 이 모든 것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밝혀진다. 2부에서 받았던 힌트들이 보여주었던 것들은 그저 일부에 불과했다. 물질과 물질 구조의 힘을 정복하고 영원불멸의 동력공급을 대지로부터 뽑아내고자 했던 실 아나기스트의 인간들과 한때는 그들이 만든 '조율기'였으나 세상을 처음으로 끝내버린 존재가 된 이들의 정체가 드러나고 대지의 분노는 그저 자식인 달을 잃어버렸기 때문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알라배스터가 시작하고 에쑨을 거쳐 나쑨이 완성한 임무는 수천년 이전부터 이미 계획된 것이었다. 스톤이터들은 수천년을 기다리며 희미해지는 기억을 붙잡고 그들이 시작한 일을 마무리짓기 위해 능력있는 오로진이 나타나기를 기다린 것이다.


   사실 나는 호아처럼 에쑨을 가장 애정했다. 그래서 달을 대지에게 되돌려주는 임무를 나쑨이 완성할 것 같은 신호들이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와..그런데 작가님이 내 마음을 어찌 아셨는지 결국 나쑨이 그 임무를 마무리할 뿐 결국 우리의 주인공은 에쑨이었다. 아..진짜 눈물 쏟을 뻔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 '부서진 대지' 3부작이 내내 2인칭 화법을 고수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을 때 느낀 경이로움이라니! 안티모니는 섬세하지 못해 알라배스터를 온전히 보존하지 못했지만 우리 호아는 사랑하는 에쑨의 본질을 되살렸다. 그러니 친구, 가족 이상의 관계가 될 자격이 충분함을 선포한다.


   그래서 결국 달이 돌아왔다. 계절이 끝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대지는 분노를 가라앉히고 휴전을 택했다. 스톤이터들과 오로진이 한 일들을 정상참작해주고 화를 잠재우기로 했다. 세상은 지금보다 더 좋은 곳이 될 것이다, 호아와 에쑨의 바람대로.


이것이 바로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는 방식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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