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와일드 나무픽션 1
니콜라 펜폴드 지음, 조남주 옮김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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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작년에 읽었더라면 디스토피아를 그린 또 한권의 책이라는 생각으로 끝났을 것이다. 책이 영국에서 출간된 시기가 올해 2월, 그러니까 작가는 적어도 작년에 탈고를 마쳤을테고 이런 책을 쓰겠다는 아이디어는 훨씬 전부터였을텐데 놀랍게도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COVID19가 자연과 인간에 가져온 영향을 정확하게 그려내고 있다.


   '리와일드'는 말 그대로 '다시 야생으로'라는 뜻인데 인간들의 무분별한 훼손으로 자연이 더 이상 자연으로서 존재하지 못하고 많은 식물과 동물들이 멸종된 세상에서 인간들을 도시 속에 가두고 야생을 살리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진드기병'을 만들어낸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을 '리와일더'라고 부른다. 하지만 진드기들의 너무 빠른 확산으로 많은 이들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고 인간은 야생이 없는 도시 속에 갇혀 생활한 지 50년 정도 흐른 뒤의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된다. 덕분에 자연은 자기 회복력을 십분 발휘하여 제 모습을 되찾고 인간들은 우리에 갇힌 동물들처럼 도시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은 야생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전혀 모른채로. 게다가 남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으로 사람들의 눈과 귀를 막고 사람들을 도시 속에 가두고 통제하려는 이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조정하고 있다.


   열다섯살 주니퍼와 여덟살 남동생 베어는 이 도시에서 야생으로 뛰쳐나간 엄마가 야생에서 낳은 아이들이지만 다시 도시의 할머니의 손에 맡겨 자란 아이들이다. 하지만 도시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진드기병에 면역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실험대상이 될 위기에 처하면서 엄마를 찾아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이야기의 1부는 도시에서의 생활을 2부는 야생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그렸는데, 아이들 둘의 이야기에 집중된만큼 디스토피아의 암울함이나 진드기가 가져온 인간들의 통제된 삶에 대한 비극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작가의 촛점은 야생의 모습에 맞춰져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올해 초 COVID19가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국경이 봉쇄되고 사람들의 활동이 제한되었을 때, 공기가 깨끗해지고 수질이 좋아졌으며 자연이 일시적이나마 회복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을 기억한다. 그만큼 인간의 존재가 자연을 해한다는 뜻일텐데, 우리 인간은 그로부터 얼마나 배움을 얻었을까. 과연 야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깨우침을 제대로 받았을까. 아직은 퀘스천마크로 남겨둘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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