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황금 원숭이의 한의학 강의
다모 미첼 지음, 스펜서 힐 그림, 조수웅 옮김 / BH(balance harmony) / 2020년 11월
평점 :
책의 부제가 '그래픽 노블로 다시 읽는 <황제내경소문>'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한의학의 경전이라고 일컬어지는 <황제내경소문>을 좀 더 이해하기 쉬운 글과 그림으로 담은 것이다. 본서에는 황제와 기백이 나누었던 대화를 여기서는 정글의 황제가 된 황금원숭이와 꿀벌로 상징된 현자 마스터 보의 대화로 변형시켰다. 황금 원숭이가 1년동안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지내면서 스승인 마스터 보에게 수업을 듣는 형식인데 계절별로 인간의 몸에서 중요한 장기를 음양과 오행의 원리에 부조화가 일어날 때 발생하는 증후군을 짝지어서 설명해 놓은 것이 특징이다.
봄에는 간장과 담 증후군, 여름에는 심장과 소장 증후군, 가을에는 폐장과 대장 증후군, 겨울에는 신장과 방광 증후군인데, 주 내용은 각각의 장기가 우리의 신체와 정신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와 그런 장기에 부조화가 생겼을 경우 어떤 증상이 발현되는지에 대한 것이다. <황제내경소문>은 한의학을 배우려는 이들을 위한 경전이다. 그러니 아무리 그래픽 노블로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어놓기는 했으나 기본적으로 이 책은 한의학을 배우는 이들을 위한 책이니 일반인이 보기에는 여전히 발현되는 증상의 나열이나 용어들이 쉽지는 않음을 알려둔다.
그럼에도 그래픽 노블 자체로서 재미있는 책이라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내가 약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인 소화기관 및 신장과 관련된 부분은 좀 더 유심히 보게 되었는데, 그러한 증상을 다스리는데 어떤 성질의 음식들이 도움이 되는지까지 기록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두어개 정도 그러한 내용이 있기는 했지만) <황제내경소문>에 그러한 내용까지 있지는 않은 듯 하다.
한의학의 기본은 자연의 질서와 원리를 이해하고 그것을 거스르지 않는 생활방식을 실천하는데 있는 것 같다. 한의니 양의니 하는 것을 떠나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자연의 주기에 맞추어 자신을 조절하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지 않을까. 가끔 심각한 병에 걸린 이들이 자연으로 돌아가 생활하면서부터 건강이 좋아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아마도 이런 원리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이 동양인이 아니라 영국인에 의해 쓰였다는 점이 특이하다. 글쓴이인 다모 미첼은 영국에서 한의학 학위를 취득하고 관련 학교의 책임자로 있으며 그림을 그린 스펜서 힐은 그 곳 학생이었는데 어려운 내용과 개념을 농담과 유머가 섞인 만화로 만든 재주꾼이다. 그들이 모두 도교나 장자 등의 동양철학에 조예가 깊다는 사실은 이 책이 그저 겉핥기 식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너무 건강염려증에 빠져드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겠지만 자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자각할 정도의 지식은 가지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