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벨리스크의 문 부서진 대지 3부작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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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전에 부서진 대지 3부작 중 첫번째 작품인 <다섯번째 계절>을 읽고 흥분했던 기억이 난다. 진짜 천재 작가의 진짜 천재적인 작품이라며. 2권인 <오벨리스크의 문>이 나온지 몇달 되었지만 구입만 해놓고 이제야 여유있게 읽을 짬이 났다. 이 소설들은 하나하나 의미를 되새기면서 천천히 읽어야 한다. 게다가 1권을 읽은 지 1년이 넘었기 때문에 1권을 다시 들여다봐야했다. 얼마 전에 3부작의 마지막 완성작인 <석조 하늘>이 출간되었다. 요건 빨리 구입해서 바로 읽어야겠다.


   작가의 천재성은 2편에서도 전혀 빛이 바래지 않았다. 1편에서는 주로 사건들이 일어났다면 2편은 그 사건들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해명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계절이 시작된 이유와 계절을 영원히 끝내버릴 수 있는 방법. 오벨리스크의 역할. 거기에 얽힌 수많은 이들이 등장하지만 결국은 알라배스터로 시작해서 에쑨을 거쳐 나쑨이 완성할 거대한 임무가 실체를 드러낸다.


   계절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지 못했지만 정말 그런 세상이 있었다면 다시 되찾아야 한다. 아버지 대지에게 잃어버린 자식을 되찾아주고 그의 진노를 가라앉혀 대지와 인간의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 계절을 끝내기 위해서는 아마도 기독교의 아마겟돈이나 북유럽 신화의 라그나로크에 버금가는 규모의 전쟁이 필요하지만 해내야 한다. 알라배스터가 시작한 일을 끝내야만 한다.


한 남자의 마지막 순간. 영혼의 단절. 비인간, 사람이었던 것, 찾았으나 다시 잃어버린 그이. 아니면 그냥 알라배스터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p452)


오닉스가 열쇠다. 네트워크가 먼저, 그 다음이 문이다. 망치지 마라, 에쑨. 이논과 내가 괜히 널 사랑한 게 아니니까. (p454)


마지막 두 개. 그가 너를 위해 만들어 준 반지들. 너는 양손의 집게 손가락에 반지를 하나씩 끼운다. 그러고는 벌떡 일어선다. (p456)


   2부에서는 1부에서 정체가 모호했던 스톤이터들이 누구인지도 밝혀진다. 여전히 이 모든 걸 시작한 이들과 스톤이터와 오로진의 관계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1권에서 궁금했던 많은 부분이 해소되었다. 특히 2인칭 화법의 당사자인 호아가 본격적인 활약을 시작하면서 스톤이터의 존재가 부각된다. 그리고 에쑨의 수호자였던 샤파의 변화도 흥미롭다. 이 대작이 3부에서 어떻게 마무리가 될 지 빨리 읽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서도 끝난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쉽다.


아..그리고 1부와 2부의 마지막 문장까지 예술이다..


1부 <다섯번째 계절>의 마지막 문장 - "말해 봐라. 달이라는 것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느냐?"

2부 <오벨리스크 문>의 마지막 문장 - "달을 어떻게 집으로 데려올 수 있는지 말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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