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미학 1 : 메이드 인 코리아의 기원
최경원 지음 / 더블북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박물관 유물들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워낙 미술관, 박물관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준 고마운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전시된 미술 작품은 내가 좋아하는 화가도 있을테고 그림에 얽힌 스토리나 그림 자체가 주는 감상거리가 많아 지루하지 않게 감상할 수 있다. 그런데 유물들은, 특히 그 중에서도 온전하지 못한 조각들로 이루어진 것들이 전시되어 있거나 같은 종류의 물건들이 끝도 없이 나열되어 있는 경우, 명패에 쓰인 이름만 슬쩍 보고 지나가버린 경우가 많다. 저자는 나처럼 유물을 대하던 사람들에게 그 방식을 바꿔보도록 권한다.


   즉 현대의 시각으로 유물을 바라보라는 것인데, 나름대로 요약해 보자면 '디자인'과 '문화 보편성' 그리고 '실용성'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화려하고 장식적이고 심미적인 제품만 훌륭한 것이 아니라 아무 무늬가 없는 토기라고 할지라도 용도에 따라 그것을 실제 사용했을 사람들의 입장에서 불편없이 사용할만 것인지, 혹은 이 유물이 당시 사회적 양식의 하나로 자리를 잡을만큼의 보편적 특성들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고려한 디자인적 요소를 차용한 것으로 보이는지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유물들을 그런 시각을 가지고 보고 나면 그 다음에는 이제 그 유물들을 만들어낸 사회가 눈 앞에 드러나게 된다. 물론 발굴된 유물의 수가 너무 적어서 일반화하기 어려운 시대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저자를 따라 이렇게 한겹씩 껍질을 벗겨내 듯 유물들을 바라보니 그 어떤 역사책보다 더 선명한 시대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특히 유물들의 사진이 아니라 유물들을 사방에서 자세히 볼 수 있고 구조를 파악할 수 있도록 세밀화로 그려낸 부분은 신의 한 수였다는 생각이 든다.


   선사 시대의 주먹도끼부터 통일신라 시대의 감은사지 동탑 사리구까지, 한류 미학 첫번째 책에는 총 30점의 유물들을 다루고 있다. 앞으로 고려, 조선을 이어 현대까지 모두 다룰 예정이라니 기대되는 시리즈로 점찍어 놓아야겠다. 단, 한가지 불편했던 점은, 타국의 유물들을 지나치게 반복해서 깎아내리는 부분이었는데, 우리의 것을 칭찬하기 위해 굳이 남의 것을 폄하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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