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무처럼 살아간다
리즈 마빈 지음, 애니 데이비드슨 그림, 김현수 옮김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인간은 늘 뭔가를 배우는 중이다. 그 배움이 쓸모가 있든 없든, 배움으로부터 남는 것이 있든 없든 평생을 배우며 사는 존재이다. 사실 인간이 가장 배움을 받아야 할 스승은 자연일지도 모른다. 지구의 탄생과 어깨를 나란히 해온 자연으로부터의 배움에서 인간이 손해 볼 것은 없다. 그 중에서도 묵묵히 제 자리에서 자기 할 일을 함으로써 존재감을 드러내는 나무야말로 인간이 의지해야 할 존재가 아닐까.
'나무처럼 살아간다'는 표현이 곱씹을수록 멋지다. 나무처럼 산다는 건 어떤 것일까. 최근에 나무와 관련된 책들을 몇권 읽어서인지 책 속에 등장하는 나무들 중 한번도 실제로 보지 못한 나무들도 친근하게 다가온다. 특히 이 책은 아름다운 일러스트가 그려져있어 모르는 나무의 생김새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게다가 색색의 일러스트는 읽는 이의 기분을 좋게하는 효과까지 발휘한다. 책의 제본 역시 친환경적이다. 별도의 책등을 만들지 않고 실로 제본한 책등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데 최대한 자연을 배려한 모양새다.
자 그럼 나무들은 어떻게 살아가길래 자신들처럼 살라고 인간에게 권하는지 본문으로 들어가보자.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계절의 변화에 따른 나무들의 변화는 사실 나무에게 있어서는 많은 품이 들어가는 행위이다. 예를 들어 나무의 잎은 수분으로 가득하다. 보통 수분은 뿌리에서 잎으로 공급된다. 그런데 수분 공급이 원할하지 않은 겨울이 다가오면 나무들은 생존을 위해 잎으로부터 수분을 다시 빨아들이고 잎을 떨어뜨리고 잎이 있던 자리를 단단히 봉한 후 내년 봄을 준비한다. 이 잎을 떨어뜨리는 행위에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지만 나무들은 내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이 일을 매번 해낸다. 이러한 기본적인 생존본능 이외에도 어떤 나무들은 땅 속 안에 있는 뿌리를 서로 연결하여 물과 영양 공급이 원할하지 않은 장소에 있는 동료들을 돕기도 하고 높이 자랄 능력이 됨에도 불구하고 욕심부리지 않고 수분이 닿을 정도의 높이까지만 자라기도 한다. 동화의 제목처럼 인간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도 있고 매 순간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줄 아는 나무들도 있다. 이 외에도 나무가 살아가는 많은 부분들이 우리의 삶과 너무 닮아서 읽다보면 인간이란 왜 이리 못난 존재인지 생각하게 된다.
대자연이 바라본 인간의 모습은 모범생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끊임없이 배우려고 하는 우리의 모습을 아직까지는 애정어린 시선으로 봐주지 않을까. 욕심부리지 않고 선을 지키는 세쿼이아처럼 자연이 그어놓은 선을 볼 수 있는 지혜를 배웠으면 좋겠다. 금 밟으면 죽는다는 것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