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그렇게 열심히도 읽었던 세계명작동화 시리즈에는 우리가 지금 '고전'이라고 부르는 작품들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어린이용으로 각색되고 편집된 내용이었겠지만 그 때 읽었던 책들이 지금도 여전히 읽고 싶은 책들로 마음 속에 자리잡은 걸 보면 스스로 읽고 싶어서 읽은 책들은 책의 종류나 난이도와 상관없이 기억에 오래 남는 법이 아닐까.
<하루 한편, 세상에서 가장 짧은 명작 읽기>는 무엇을 읽어야 할 지 고민인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길라잡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총 38편의 작품이 소개되어 있는데 각 작품마다 '작가의 삶'과 '명작 비하인드' 그리고 본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의 삶'에서는 말 그대로 작가의 생에 대한 개괄적 설명 혹은 결정적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어 작품의 탄생 배경 등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고 '명작 비하인드'는 작품과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해프닝 등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마지막으로 본문에서는 작품의 대략적 내용과 함께 작품을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던져볼만한 질문들로 독자들을 이끈다.
고전이라 불리우는 책들의 줄거리는 너무 많이 알려져있어서 실제 읽지 않았어도 읽었다는 착각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고전의 진짜 재미와 매력은 줄거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문장 하나하나에 있다. 작품 속 클라이막스가 아니라 그저 소소한 일상에 대한 묘사 한줄에도 내 마음이 팍 꽂힐 수 있다는 점이 바로 고전이 지닌 힘이다. 영화 <유브 갓 메일>에서 서점 주인으로 나온 맥 라이언이 <오만과 편견>을 200번 읽었다고 했을 때 그녀는 도대체 그 책의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을까 궁금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읽어보면 된다. 명작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역할이다.
38편의 작품 중 내가 읽지 않았거나 기억에 전혀 없는 작품이 12권이었다. 12권 중에는 언젠가는 읽겠다고 마음 속에 두고 있는 작품들도 있었지만 아예 관심 밖이었던 작품들도 있었는데, 이 책으로 인해 내 시야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으니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이미 여러 번 읽었지만 또 읽고 싶은 작품들도 책장 저 깊숙한 곳에서 꺼내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