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항일과 친일의 역사 따라 현충원 한 바퀴 - 친일파 김백일부터 광복군까지
김종훈 지음 / 이케이북 / 2020년 8월
평점 :
우리가 목숨을 걸고 찾으려 했던 건 분단된 조국이나 친일파 천국이 아닙니다. 친일파가 청산된 조국을 찾으려 한 건데, 이건 독립운동을 해서 나라 찾아 친일파한테 진상한 꼴이 된 겁니다. 거기다 나라도 분단되고, 그렇기에 남북통일과 친일파 청산이 이뤄져야 진정한 해방이고 독립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독립을 위해 나는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는 겁니다. 내가 광복절 행사 같은 데 안가잖아요. 뭘 기념한다는 겁니까?
조문기 지사의 회고록 <슬픈 조국의 노래> - 본문에서 재인용 p226
일제 강점기 시절 일제에 부역했던 친일파, 그 중에서도 특히 간도특설대의 일원으로 항일투쟁을 했던 독립운동가와 민중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살해했던 그들이 해방 후 미군정과 이승만의 비호 아래 군대의 요직을 꿰차고 정치가로 호위호식하다가 죽어서까지 현충원에 묻혔다는 사실은 위 조문기 지사의 한맺힌 슬픔과 분노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한다. 국가 공인 친일파는 물론이요 비공인 친일파까지 국립서울현충원에 35명, 대전현충원에 33명이 명당자리에 누워있다니, 그것도 상훈법 제8조 하나를 바꾸지 못해 그렇다니 독립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시신도 찾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얼마나 원통해하실까. 그곳에 안장되어 계신 독립운동가분들도 이 사실을 아시면 대노하실 일이다.
아직까지 현충원에 가본 적이 없다. 가볼 생각조차 안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한국 근현대사의 자취를 가장 근접하게 느껴볼 수 있는 장소인데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 책은 현충원 셀프 가이드북이라고 할 수 있다. 국립서울현충원, 국립대전현충원, 수유리 4.19 국립묘지와 서울 효창공원에 자리한 독립열사들과 애국지사들, 그리고 부조리하게도 그곳에 함께 묻힌 친일파들이 어떤 인물인지를 소개한다. 저자의 권고대로 이 책과 소주 한병을 들고 가보리라 결심한다. 백범 김구 선생님의 묘소가 있는 효창공원은 회사가 근처에 있어서 점심 시간에 가끔 산책을 하곤 했는데 원래 정조의 아들 문효세자와 의민 성씨의 유해를 모신 왕가의 무덤이었던 '효창원'이 일제에 의해 '효창공원'으로 바뀌게 된 연유 그리고 그곳에 있던 반공투사위령탑과 효창운동장이 건립된 의도에 대해서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효창원에 있던 모든 왕가의 무덤이 일제에 의해 고양 서삼릉으로 강제 이장되었다는데, 속히 원래 있던 곳으로 다시 옮기고 '효창원'이라는 이름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백범 김구 선생을 비롯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 삼의사분들과 임정요인 그리고 의열사들의 묘역을 강제 이장하려는 시도가 실패하자 이승만 정권은 묘역 정남향에 효창운동장을 건립하고 물론 박정희 정권은 그곳에 골프장을 만들려고 시도를 하다 무산되자 뜬금없이 그 곳에 반공투사 위령탑, 대한노인회관, 육영수여사 송덕비, 원효대사 동상 같은 것을 세운다. 정말이지 찌질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다행히 올 8월에 국립현충원 친일파를 이장하거나 표지석을 세우기 위한 법안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라고 한다. 어서 법안이 통과되기를 바란다. 이 책을 통해 잘 알지 못했던 독립운동가분들도 알게 되었고 특히 현충원에 묻힌 친일파들의 정확한 친일 행적을 알게 되어 성과가 있었다. 거짓 정보와 가짜 뉴스들이 판을 치는 시대에 이렇게 제대로 된 길잡이를 해줄 수 있는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