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 전쟁 - 호메로스의 서사시 그 이면의 역사
배리 스트라우스 지음, 최파일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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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를 들라하면 바로 트로이 전쟁이 아닐까. 아킬레우스의 아버지와 어머니인 펠레우스 왕과 님프 티테스의 결혼식에 초대 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결혼식에 나타나 '가장 아름다운 이에게'라고 쓰여있는 황금 사과를 던지고 가장 아름다운 이가 누구인지에 대한 판결의 몫이 파리스에게 돌아간다. 원래 파리스는 트로이의 왕자였지만 나라를 말아먹을거라는 신탁이 있어 성 밖에서 키워지고 있었는데 자신을 선택하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다는 아프로디테에게 황금사과의 영예를 안겨준다. 그리고 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사람이 바로 헬레네. 그런데 헬레네가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와 이미 결혼한 유부녀라는 사실이 문제였다. 파리스가 헬레네를 데리고 도망치자 열받은 메넬라오스가 그리스 동맹군들을 모아서 트로이를 치러가게 되는 것이 바로 트로이 전쟁의 발단이다.


   이 책은 신화 속 트로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 역사 속 트로이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바탕은 바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 두고 각종 사료와 참고문헌 등을 이용한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그리스와 트로이 간의 10년의 전쟁 중 9년째 접어들던 해의 단 두달에만 집중되어 있을 뿐이고 헥토르의 장례식 장면으로 끝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트로이의 목마' 같은 이야기는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가 귀향하면서 (오디세우스가 귀향하는데 또 다른 10년이 걸린 걸로 호메로스는 이야기함) 간간히 나오는 회상장면에 등장할 뿐이다. 호메로스의 이야기가 어떻게 역사가 뒷받침하는 증거들과 일맥 상통하는지가 바로 저자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신화 이야기를 배제한다고 하더라도 파리스가 헬레네를 데리고 간 것이 그저 헬레네가 아름다웠기 때문일까. 메넬라오스가 그저 도망간 왕비 하나 되찾아오자고 그 엄청난 전쟁을 도발했을까. 메넬라오스를 도와 전쟁에 참여한 여러 도시 국가들은 왜 그런 힘든 전쟁에 참전하기로 결정했을까. 헬레네는 왜 파리스를 따라갔을까 등의 의문이 생긴다. 그 이외에도 호메로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신들의 개입'을 노래한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북풍을 불게 하여 그리스 군대가 한동안 출항을 하지 못하게 하는 등 트로이 편과 그리스 편을 드는 각각의 신들이 전쟁에 개입하는 장면 역시 역사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트로이 전쟁이 일어났다고 추정되는 시기가 청동기 시대임을 기억해야 한다(세상에 청동기 시대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그 당시에는 자연 현상이나 재해 등의 원인을 잘 몰랐기 때문에 웬만하면 모두 신이 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된다. 물론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문자가 없었기 때문에 (선형 B 문자 정도만 존재) 완벽한 고증에 의한 증명은 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신화 이야기가 어떻게 역사 속 사실과 공존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되어 만족스럽다. 신화가 마냥 허구가 아니라는 점이 기쁘다. 그저 좀 심한 과장이긴 하지만 오늘날 종교인들이 믿는 신보다는 더 현실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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