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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범죄코드를 찾아라 - 세상의 모든 범죄는 영화 한 편에 다 들어 있다
이윤호 지음, 박진숙 그림 / 도도(도서출판) / 2020년 7월
평점 :
세상을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범죄와는 연관없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늘의 소심한 옆집 사람이 내일은 무차별적으로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는 살인마가 될 수 있고 나 자신 역시 예외는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인생에서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나 삐끗함이 특정 환경과 맞물리면 범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범죄영화라하면 어떤 것이 떠오를까? 가장 흔한 것으로 조직폭력배나 갱단과 연관된 영화가 떠오른다. 연쇄살인마와 사기, 거짓말 등도 뒤를 잇는다. 극도의 심리전을 동반하는 추격하는 자와 추격당하는 자의 싸움도 떠오르고 복수라는 테마도 자리잡는다. 이 책은 비슷비슷해보이는 범죄영화들 속에 나타난 혹은 숨겨진 범죄코드를 찾아 분석하고 질문하고 인간에게 내재된 어떤 종류의 욕망과 환경이 그들로 하여금 범죄자가 되게 했는지, 가해자와 피해자 혹은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에게 이 사회는 어떤 책임이 있는지 등에 대해 범죄학자의 시선으로 풀어놓은 작품이다.
책 속에서 다루는 영화는 총 37편이다. 확실히 내가 본 영화에 대한 부분은 훨씬 이해가 쉽고 시각적 이미지와 함께 하기 때문에 더 흥미롭다. 보지 않은 영화인 경우, 특히 그 영화가 반전이나 고도의 심리전을 동반하고 있다면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니 영화를 보고 읽으면 훨씬 가독성이 좋아진다는 것을 말해둔다. 그리고 저자가 범죄학자이다 보니 범죄나 심리와 관련된 전문 용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물론 주석으로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방면으로 문외한인 나에게는 별도의 노력이 필요했다는 점도 말해둔다.
영화라는 장르는 시각에 의해 지배받는 부분이 많은데다 이미 지나간 장면에 대한 생각보다는 현재 나오고 있는 장면에 집중이 필요한 장르라서 곱씹어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특히 범죄영화는 아무리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영화가 주는 시각적 자극에 압도된 나머지 영화 속에 숨겨진 범죄코드를 일반 관객이 발견해내기는 어렵다. 물론 그 부분을 감독이 의도적으로 내비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현대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문제들을 알아채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어떤 영화는 범죄자를 영웅 시 하고 그들에게 동정을 갖도록 의도되어 있기도 하고 피해자를 그럴 수 밖에 없는 인물로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영화가 은연 중에 내포한 인종차별, 성차별, 인권유린 등이 아무렇지 않게 관객에게 흡수되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독자에게 범죄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갖도록 유용한 정보들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