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처한 클래식 수업 4 - 헨델, 멈출 수 없는 노래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4
민은기 지음, 강한 그림 / 사회평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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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가끔 바로크 음악 모음집 같은 것을 찾아 듣는다. 오르간이나 하프시코드의 장중하면서도 경쾌한 소리들과 일정하게 무한 반복되는 듯한 저음의 화음(?)같은 소리가 마음을 편하게 하는 느낌이라 아침에 들으면 어쩐지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그런 기분이랄까. 그런데 그런 바로크 음악 모음곡들의 작곡가를 보면 바흐, 비발디, 헨델의 이름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헨델은, 영화 <파리넬리>에서 카스트라토인 파리넬리가 불렀던 '울게하소서'가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의 곡이라는 걸 알고난 후 애정했던 음악가이다.


   <난처한 클래식 수업> 시리즈는 작명부터 재미있다. 난처한이라고 해서 무슨 뜻인가 했는데,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을 줄여서 난처한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만큼 클.알.못. 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라는 뜻이다. 사실 클알못을 위한 책이라는 타이틀을 부여한 저서들이 많이 있지만, 이 책만큼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책은 처음이다. 가장 큰 특징은 문답형식으로 되어있다는 점이다. 가상의 클알못 청중이 등장해 질문을 하고 저자가 설명을 하는 방식인데, 전혀 어려운 용어나 현학적 표현이 없이 설명하고 있어 흐름이 끊기지 않고 읽을 수 있다. 내가 가상의 청중이 되어 앞에 앉아있는 기분이다. 책에 수록된 QR 코드나 '난처한 톡' 사이트에서 바로바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건 물론이다. 중간중간 삽입된 일러스트나 시각적 자료들도 재미를 잃지 않는데 한몫한다.


   헨델의 생애를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음악이건 미술이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활동하던 시기에는 별로 인정받지 못하다가 사후에 명성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은연중에 예술가는 어렵고 힘든 환경일 때 영감이 발휘된다거나 여유로운 환경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예술가로부터는 위대한 작품이 나오기 어렵다는 고정관념이 생기기 쉬운데 헨델에게만큼은 그런 고정관념을 접어야 한다. 헨델이 만든 수많은 오페라와 오라토리오 그리고 종교음악 등이 그저 쉽게 뚝딱 탄생한 것이 아니라는 거다. 물론 그의 음악적 천재성이 바탕이 되기는 했지만 헨델은 자신의 음악이 난관에 부딪히거나 대중의 외면을 받을 때마다, 그의 의도와 상관없이 정치적 목적으로 그의 음악이 휘둘릴 때마다,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와 유연성을 수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음악가였다. 특히 헨델이 애정하던 분야는 오페라였는데, 오페라는 음악도 중요하지만 무대장치나 의상 등 미술, 무용, 대본 등 오늘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종합예술영역에 속한 것으로 성공적인 오페라가 되기 위해서는 그 모든 것들이 균형있게 표현되도록 관리감독 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가수들의 섭외부터, 마케팅, 홍보 등의 공연 외적인 것들에도 신경써야 하는데 헨델은 그 모든 것을 직접 하였다고 하니, 그가 자신이 만든 음악에 얼마나 책임감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헨델과의 만남이 좋았던지라 <난처한 클래식> 시리즈의 다른 작곡가들과도 하루빨리 조우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는 모차르트, 베토벤, 바흐 이렇게 세권이 더 있다. 내가 애정하는 작곡가들부터 시작하다보면 어느 새 '난처한 클래식'이 즐거운 클래식으로 되어있지 않을까.


* 리날도의 <울게하소서> 멜로디가 헨델의 다른 작품인 <알미라>와 다른 작품에서 먼저 사용되었다는 것! 그리고 이후에도 그 멜로디를 약간만 변화에서 사용한 작품이 있다. 당시에는 이런 것들이 가능했다고 하는데, 이렇게 여기저기 자주 사용한 걸 보면 그 멜로디가 정말 맘에 들었던 듯.

* 그 유명한 <메시아>가 초연은 더블린이었고 더블린에서는 반응이 좋았는데 런던 초연에서는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았단다. 왕이 연주회에서 '할렐루야'에 감동받아 벌떡 일어난 건 그로부터 6년 정도 뒤이고 그 사건 이후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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