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와 기담사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잘난 척 인문학
이상화 지음 / 노마드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가 또 나왔다. 이 시리즈는 잡학상식을 원한다면 읽어보기 딱 좋은 내용으로 구성되어있다. 재미있으면서도 단어나 이야기의 어원이나 기원을 알 수 있어 나름 요긴하게 재미와 실용성 모두를 잡은 시리즈이다. 지금까지 나온 모든 시리즈들을 읽어보진 못했으나 읽을 때마다 만족했던지라 이번에는 '설화와 기담'으로 골라봤다. '설화와 기담'은 내가 좋아하는 소재이기도 하거니와 이 책에는 내게 익숙한 그리스, 로마 신화는 간보기 정도만 담겨있고 많은 부분이 동양의 설화와 기담을 담고 있어 더 끌렸던 책이다.


   대부분의 나라 혹은 왕국들은 자기들만의 창세신화를 가지고 있다. 전세계 각국의 창세 신화들이 나름 개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대부분 비슷하다는 것은 흥미롭다. 과거 언젠가 이 세계는 하나였고 공통된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었을 것이라 짐작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역시 설화와 기담이라는 세계로 들어가면서 창세 신화로 이야기의 포문을 여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중국의 여와와 복희는 익숙한 이야기이고 일본의 창세신화는 새롭다. 일본은 창세신화도 천황 이데올로기를 위해 정치적 조작을 거쳤다는 사실이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어라, 그런데 우리나라의 창세 신화는 뭐지? 단군신화나 난생설화는 있지만 창세신화를 들어본 기억이 없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창세신화로 '마고할미'를 꼽는다. 아마도 단군신화가 너무 유명해서일까? 사실 많은 나라들에서 최초에는 여신 숭배가 성행하다가 점차 남신숭배로 변화되는 과정을 겪는다. 저자는 이를 모계사회에서 부계사회로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해석한다. 황당무계하게 보이는 신화도 결국 시대를 반영하기 때문에 변형이 불가피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우리나라의 '마고할미' 신화가 단군신화에 눌려 거의 알려져있지 않은 것도 이해가 될 듯 하다.


   창세신화나 전설 이외에도 영물과 요괴 이야기, 괴담과 기담, 믿거나 말거나를 외치게 만드는 이야기들, 그리고 신화나 설화 속에 담긴 내세관에 관한 이야기들이 빼곡하게 담겨있다. 과학이 발달하고 합리적인 이성적 사고가 발전하면서 우리는 신화나 전설 등이 사실이 아님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의 시대, 이성의 시대에 우리가 과거의 비이성적인 이야기들을 읽는 것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이 상상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전달되고 또한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시대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사실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들 편을 보면 여전히 우리는 마법이나 초능력 같은,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은 힘에 대한 열망이 있으며 그로 인해 과학적 사고로 무장하고 있다고 자신함에도 사기꾼들에 놀아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인간이란 그런 것이다. 아마 먼 훗날 후세의 사람들이 21세기의 인간들의 세상을 이야기할 때 이런 황당한 속임수에 넘어가다니 하고 혀를 찰지도 모를 일이다.


   판타지나 마법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 기원이 되는 신화나 설화, 전설 등을 파헤치는 책들은 언제나 환영이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 속에 숨겨진 진짜 세상을 찾는 것 또한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읽은, 고전문학 속에 담긴 소름끼치는 세뇌와 강요된 이데올로기를 깨닫게 된 것처럼 말이다. 자신의 존재를 집단적 기억 속에 영원히 뿌리 내리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신화나 설화 등으로 표출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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