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야기 - 나무는 어떻게 우리의 삶을 바꾸었는가
케빈 홉스.데이비드 웨스트 지음, 티보 에렘 그림, 김효정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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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유럽 신화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바탕이 되는 것은 '이그드라실'이라고 불리우는 생명나무이다. 에덴동산에서 선악을 알게 하는 선악과도 나무에 열린 과실이다. 포도나무를 관장하는 신은 디오니소스이고 많은 나라의 토속 신앙에서 나무의 정령을 숭배하던 관습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나무나 매화는 곧은 절개를 상징했다. 우리의 정신과 문화에 스며든 나무의 존재는 사실 우리의 실생활에서도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종이를 비롯해서 가구, 크게는 건물을 구성하는 많은 부분의 원 모습은 나무이며 우리가 먹는 과실의 대부분은 나무가 주는 선물이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라온 나는 나무의 존재를 실감한 적이라곤 어렸을 때 마당에 있던 무화과나무, 시냇가에 머리를 풀어헤치듯 가지를 늘어뜨리던 버들나무, 학교 뒷산에 있던 밤나무, 가을이면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떨어져 뭉개진 열매를 이리저리 피하며 걸어야 하는 은행나무, 드라이브 코스로 만나본 메타세쿼이아, 그나마 여기저기 쉽게 만날 수 있는 소나무나 벚나무, 제주에서 보던 귤나무, 다른 나라에서 만난 올리브 나무, 레몬나무, 코코넛나무, 바나나 나무, 포도 나무, 자작나무, 기타 수목원에서 보는 나무들이 전부다.


   그나마 보는 나무들도 그냥 나무구나 생각할 뿐이었지 그들이나 그들의 조상이 언제부터 지구상에 살아왔는지, 원산지가 어디이며 전 세계에는 어떻게 퍼지게 되었는지, 왜 이름이 이렇게 불리우는지, 어떻게 성장하고 씨를 퍼뜨리는지 등을 고민해 보진 않았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나무에 관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찾아 읽게 되면서 약 4억년 전부터 지구의 푸르름과 생명을 책임지던 나무들이 그 혜택을 고스란히 받는 인간들에 의해 사라지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나무의 이야기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종의 나무들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인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나무 100종을 선별하여 일반명과 학명 그리고 그 이름들의 기원, 원산지 및 서식지의 환경, 인간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무엇보다 이 책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것은 페이지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각 나무들의 일러스트이다. 티보 에렘이 그린 일러스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거대한 숲 속에 앉아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렸을 때 백과사전에서 보던 식물도감 속 사진보다 훨씬 매력적인 그림 덕분에 실제 한번도 보지 못한 나무라 할지라도 익숙한 느낌에 실제 보고 있는 듯한 착각까지 하게 된다.


   책 속에서 발견한 재미있고 놀라운 사실들을 몇가지 적어본다.


기원 73년에 있었던 마사다 전투의 유적에서 나온 대추야자를 심었더니 싹이 텄다.

북유럽 신화 속 이그드라실은 구주물푸레나무이다.

과거 중부 유럽 및 오스만 제국에서 백향목은 세금을 납부할 때 현금 대신 사용되었다.

기원 전 이집트 제2대 파라오는 몰약나무의 몰약이 동일 무게의 금과 같은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사이프러스 나무는 투탕카멘 관의 재료로 사용되어 저승의 수호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시트론은 익어도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벵골보리수나무의 별명은 '목조르는 무화가 나무'이다. 뿌리가 내리면 숙주를 감싸 죽이는 습성 때문이다.

석가모니는 인도보리수 아래에서 명상을 하다가 깨달음(Bodhi)을 얻었다. 인도보리수 나무의 일반명은 BODHI TREE이다.

오렌지 나무가 야생이 아니었다니. 포멜로와 귤의 교잡종이란다.

과거 비행기를 만드는 나무는 따로 있었다 - 시트카 가문비

바나나는 사실 나무가 아니다. 거대한 풀이다.


   이외에도 우리를 솔깃하게 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넘친다. 나무도 대단하지만 그걸 이용하는 인간의 능력도 대단하다. 그 대단한 능력을 식물을 없애는데 쓰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날마다 들여다보고 싶은 책이 될테고 평소 나무에 관심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 책 한권이면 없던 관심도 생겨날만한 말 그대로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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