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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 가객 김창완.주객 명욱과 함께 떠나는 우리 술 이야기
명욱 지음 / 박하 / 2018년 5월
평점 :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점수를 먹고 들어간다. '젊은 베르테르의술품'이라니..진짜 센스가 철철이다. 라디오를 학생 때 이후로 거의 듣질 않아 몰랐는데,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서 동일한 제목으로 약 2년동안 코너를 진행했다고 한다. 이 책은 그 때의 방송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제목에서 짐작했겠지만 그렇다, 이 책은 '술'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것도 '우리 술' 이야기. 우리 역사에서 등장했던 술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그 때의 술의 정신과 방식을 계승한 전통주를 오늘날까지 만들고 있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는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지만 술을 좋아한다. 여러가지 술을 이것저것 시음해보는 것도 좋아하고 이런저런 음식과 궁합을 맞춰보는 것도 좋아한다. 그래서 술에 관한 잡학지식 같은 그런 이야기들도 덩달아 좋아한다. 이 책은 자료가 많지 않은 우리 전통주에 관한 이야기를 지키고 이어나가야 할 역사적, 문화적 콘텐츠로 잘 정리하여 담은 결과물이라 두고두고 볼만한 자료들이다.
세상의 모든 술은 발효주에서 시작한다. 원 재료가 무엇이든 일단 알코올이 되기 위해서는 원 재료가 갖는 당분과 수분이 만나면 이루어지는 발효과정이 필요하다. 공기 중에는 발효를 일으키는 효모가 무수히 많고 이 효모들은 당분을 먹이로 하여 알코올을 만들어낸다. 신기한 건 이렇게 자연적으로 생기는 발효과정에서는 당도가 너무 낮거나 높으면 술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당도가 낮은 원재료는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이 되는데 이런 경우 초산균이 쉽게 활동하게 되어 결국 식초가 되버린다. 반면 당도가 너무 높아 알코올 도수가 20%가 넘어가게 되면 알코올이 가진 독성으로 인해 효모가 죽거나 활동을 멈춰버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높은 도수의 술은 어떻게 만드는 걸까? 바로 발효주를 증류시키는 것이다.
술이 만들어지는 기본 원리에 대한 설명이 끝나면 우리나라 술의 역사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술에서 유래한 다양한 단어나 말들에 관한 내용도 흥미롭다. '어디서 수작이야?'라고 할 때의 '수작'도 갚을 수, 따를 작, 그러니까 술을 주고 받고 나눈다라는 뜻인데 주막에서 주모에게 잔을 건네면 주모가 어디서 수작을 청하냐는 말이 변하여 수작부린다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작정, 짐작, 참작, 주전부리, 보수 등의 단어도 술과 관련된 말들이다. 역사 속 애주가들의 관한 이야기와 술로 인한 말실수로 목숨을 잃었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역사 속에 등장한 술들에 관한 재미있는 정보들이 가득하다.
다음으론 우리나라 전통주와 전통주를 지켜가고 있는 분들이 주인공이다. 특히 현재 전통주를 만들고 있는 양조장에 대해서는 각종 체험과 프로그램, 그리고 주변의 볼거리 먹거리들까지 정리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아 여행계획까지 세워볼 수 있다. 우리 전통주는 대부분이 대량으로 만들지 않다보니 일바 소매점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조금만 발품을 팔면 그 노력이 아깝지 않을 듯 하다. <젊은 베르테르이 슬픔>은 비극이지만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은 오늘은 뭘 마시지?라는 행복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